"트럼프 행정부 시절 은행 규제 완화가 배경"…연준, 감독강화 추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올해 파산한 미국의 3개 은행의 자산이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8년에 파산한 25개 일반 은행의 자산 합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난해 12월 통계를 인용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 올해 파산한 3개 은행의 자산 합계는 5천320억 달러(약 713조4천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비해 지난 2008년에 파산한 25개 은행의 전체 자산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더라도 5천260억 달러(약 705조3천억 원)로 올해 파산한 은행 자산규모보다 적다.
2008년 통계에는 리먼브러더스 등 예금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투자은행(IB)의 자산은 제외됐다.
당시 파산한 25개 은행 중 워싱턴뮤추얼은행은 저신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출로 4천300억 달러(약 576조6천억 원)까지 자산을 불렸다.
워싱턴뮤추얼은행은 파산한 역대 미국 일반은행 중 가장 덩치가 큰 은행으로 기록됐다.
다만 나머지 24개 은행은 대부분 중소규모의 지역은행으로, 자산 규모 합계는 모두 940억 달러(약 126조 원)였다.
올해 파산한 은행의 경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2천130억 달러로 자산이 가장 많았고, SVB(2천90억 달러), 시그니처은행(1천100억 달러) 순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파산 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은행보다는 적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다른 일반은행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은행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산 규모가 비교적 큰 은행이 무너진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뤄진 은행 규제 완화를 꼽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정 자산규모 이상 은행을 대상으로 건전성 감독기준을 강화했지만,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감독 대상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이전까지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강화된 감독을 받아야 하는 은행의 자산 규모는 500억 달러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2천500억 달러로 높였다.
이와 관련, 연준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은 SVB 파산의 이유를 부실 경영으로 규정하면서도 연준의 감독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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