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벌판 녹으면서 거대한 진창…지난해 러군에 '뜻밖의 악재'
올해는 서방 탱크 지원받은 우크라군 곤혹…늦봄∼초여름 공세 임박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우크라이나의 벌판이 따뜻해진 날씨에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모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별러온 봄철 대반격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개전 초반 러시아군 탱크의 진격을 가로막으며 수도 키이우 사수의 1등 공신으로 꼽혔던 '진흙탕 변수'가 1년이 지난 지금은 거꾸로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서방 각국 주력전차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부의 제43독립포병여단은 사실상 기동을 멈춘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독일제 PzH-2000 자주포로 무장한 이 부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데다 탄약도 넉넉히 보급받아 전력이 양호한 상태로 평가받지만, 최근 봄비까지 내려 더욱 질퍽해진 땅에 갇혀 좀처럼 전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 위치한 43여단 후방 진지에서는 진창에 빠진 자주포 한대를 어렵게 견인해내 청소하는 등 한바탕 곤란을 겪은 바 있다.
43여단은 중량이 약 60t에 달하는 이 자주포가 혹여 진창에 빠져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일단 자주포를 모두 전장에서 철수시켰다.
세르히 중위는 "차량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교전이 시작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날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반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땅은 체르노젬이라 불리는 흑토로 뒤덮여있는데, 이 검은색 흙은 봄과 가을 진창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눈이 녹거나 비가 오면서 땅이 진창으로 변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 러시아어로 '라스푸티차', 우크라이나어로 '베즈도리자'라고 따로 있을 만큼 이 지역의 진창은 역사적으로 오랜 악명을 떨쳐 왔다.
해빙기를 지나던 지난해 2∼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가 진창에 빠져 버려진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했고, 작년 가을 점령지 탈환전에 나섰던 우크라이나군 역시 진흙 때문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제 레오파르트2, 영국의 챌린저 2, 미국산 에이브럼스 등 서방 각국이 제공하기로 한 주력전차 수십대를 속속 인도받고 있다.
포병 지휘관인 미콜라는 "우리 모두는 반격에 나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들어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러시아를 향한 공세 의지를 드러내는 발언이 부쩍 잦아진 점 등을 고려하면, 대반격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이날 국영 TV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군은 결승선에 도달하고 있다"며 "반격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수행될지를 지휘관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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