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문건 유출에 입 연 젤렌스키 "아무에게도 도움 안 돼"
WP와 인터뷰…불쾌하지만 불만 삼키는 복잡한 심경 노출
대반격 앞두고 '곤혹'…"일부 과정 있지만 유출되면 '마이너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봄철 대반격 계획 등 중요한 기밀 정보가 낱낱이 공개된 데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전투력을 평가절하는 내용도 있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지금 대놓고 불만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2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자신은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 미 백악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 있는 자신의 회의실에서 WP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유출된 문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나는 문건 유출 사태 전에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그와 관련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이건 아주 나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백악관의 평판에도 좋지 않고, 미국에도 이롭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이어갔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로선 아픈 내용이 적잖게 들어있다.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앞둔 상황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우크라이나가 원래 2월 전쟁 개시일에 맞춰 반격에 나서려 했지만 미국이 만류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사태 직후 자신의 파트너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이 일과 관련해 통화했지만, 당초 통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때문에 예정된 것이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문건 유출로 두 나라의 신뢰에 균열이 생겨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길 꺼리게 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단순히 정보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짚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해 더 나아가진 않았다.
이번 일이 두 나라의 신뢰에 흠집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젤렌스키는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나쁜 영향을 주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쟁터에 나 자신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명만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모든 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모두 책임질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앞서 수년 전 미국 정계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구설에 오른 것도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때문이었다.
이 스캔들은 2019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까지 몰린 바 있다.
이 의혹도 미국 정보당국의 비밀 문건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기억하느냐"라고 WP 취재진에 반문하고는 "그들은 (대화 내용) 출력본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한 바 없다"고 말했다.
WP는 그가 인터뷰 도중 가끔 문건 유출을 거론하며 격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유출된 문건 내용들은 일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TV쇼와 같은 것으로, 결국 러시아만 돕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껏 봄철 대공세 등 전쟁 대응 상황에 대해 다소 과장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았는데,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의 어떤 부대가 반격 준비가 됐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도 담겼다.
젤렌스키는 "일부에선 과장된 내용도 있다"라며 "하지만 적에게 사전에 정보를 주는 어떠한 것도 우리에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맞는지에 대한 진위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그 내용들이 민감한 정보인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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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와 인터뷰…불쾌하지만 불만 삼키는 복잡한 심경 노출
대반격 앞두고 '곤혹'…"일부 과정 있지만 유출되면 '마이너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봄철 대반격 계획 등 중요한 기밀 정보가 낱낱이 공개된 데다 미국 정부가 자국의 전투력을 평가절하는 내용도 있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지금 대놓고 불만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2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자신은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 미 백악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 있는 자신의 회의실에서 WP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유출된 문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나는 문건 유출 사태 전에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그와 관련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이건 아주 나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백악관의 평판에도 좋지 않고, 미국에도 이롭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이어갔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로선 아픈 내용이 적잖게 들어있다.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앞둔 상황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우크라이나가 원래 2월 전쟁 개시일에 맞춰 반격에 나서려 했지만 미국이 만류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사태 직후 자신의 파트너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이 일과 관련해 통화했지만, 당초 통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때문에 예정된 것이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문건 유출로 두 나라의 신뢰에 균열이 생겨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길 꺼리게 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단순히 정보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짚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해 더 나아가진 않았다.
이번 일이 두 나라의 신뢰에 흠집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젤렌스키는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나쁜 영향을 주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쟁터에 나 자신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명만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모든 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모두 책임질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앞서 수년 전 미국 정계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구설에 오른 것도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때문이었다.
이 스캔들은 2019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까지 몰린 바 있다.
이 의혹도 미국 정보당국의 비밀 문건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기억하느냐"라고 WP 취재진에 반문하고는 "그들은 (대화 내용) 출력본을 갖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한 바 없다"고 말했다.
WP는 그가 인터뷰 도중 가끔 문건 유출을 거론하며 격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유출된 문건 내용들은 일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TV쇼와 같은 것으로, 결국 러시아만 돕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껏 봄철 대공세 등 전쟁 대응 상황에 대해 다소 과장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았는데,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의 어떤 부대가 반격 준비가 됐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도 담겼다.
젤렌스키는 "일부에선 과장된 내용도 있다"라며 "하지만 적에게 사전에 정보를 주는 어떠한 것도 우리에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맞는지에 대한 진위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그 내용들이 민감한 정보인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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