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배상위원회 보고서 초안…전체 규모만 1천69조원
실제 가능할지 의문…"현세대가 왜 과거잘못 부담" 반대론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거주하는 흑인 주민 한 명당 120만 달러(한화 약 16억원 상당)의 인종차별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주 배상특별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마련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당시 46세) 사망 후 개빈 뉴섬 주지사의 지시로 위원회가 꾸려진 이래 약 3년 만이다.
위원회는 보고서 초안에서 여러 세대에 걸친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한 배상금으로 8천억 달러(한화 약 1천69조)를 산정했다.
흑인들에 대한 대규모 감금이나 과도한 경찰력 행사에 따른 배상금은 2020년 기준 1인당 11만5천달러(1억5천여만원), 거주 차별 배상금은 1인당 14만8천달러(1억9천여만원), 캘리포니아주 흑인의 평균 기대수명인 71세를 기준으로 한 의료 서비스 차별 배상금은 1인당 96만7천달러(12억9천여만원)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산정액은 "최소한 캘리포니아주가 초래했거나, 차별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최종 확정안을 마련하기까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는 손실 추정치를 어떻게 제안된 배상금으로 변환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상당 규모의 초기 계약금을 제정한 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추가로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상금 지급 대상은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의 후손으로 한정했다.
보고서는 특히 고령의 흑인 거주자에게 우선 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배상 지연은 그 자체로 더 많은 고통을 초래하는 부당 처사이며, 특히 피해 본 노인들 입장에선 정의를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가 마련되는 대로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엔 주 정부가 흑인 거주민에게 얼마큼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배상안을 두고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배상 반대론자들은 캘리포니아에 노예제도가 없었으며, 수십 년 전 저지른 잘못을 지금의 납세자에게 부담시키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의 1년 치 예산은 위원회가 추산한 전체 배상금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3천억 달러(약 401조)다.
실제 현금 배상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가 배상금 지급을 권고하더라도 주지사나 의회가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위원회는 현금 배상 외에 흑인 거주지역에 더 많은 녹지를 조성하거나 현금 보석금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흑인 배상 문제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에서도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올해 2월 샌프란시스코 아프리카계미국인배상자문위원회(AARAC)는 흑인 주민 1인당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인종차별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일각에서 샌프란시스코시의 연간 예산이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불과할 뿐 아니라,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회복 중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연방 정부 차원의 배상 움직임도 소식이 없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3월 자신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배상 논의를 지지한다고 말했으나, 백악관은 연방위원회를 구성하라는 활동가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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