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교통국, '플라이트레이더24' 같은 온라인 시스템 구축 계획
수도 모스크바 포함 러시아 내 40개 지역 드론 비행 금지 조치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최근 들어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에너지 시설과 운송망 등에서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고의 파괴공작) 공격이 이어지자 러시아 당국이 드론 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 세베르스키 지역에 있는 일스키 정유공장 석유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공장 내 시설 400㎡를 태웠지만 부상자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나자 소방관 167명과 소방차 37대가 투입돼 2시간여 뒤인 오전 5시 17분께 진화했다.
크라스노다르주 지역 비상사태부는 이번 화재가 드론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밤 사이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 노보샤흐틴스크 정유공장에서도 드론 1대가 건설 중인 구조물에 충돌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바실리 골루베프 로스토프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폭발로 인해 발생한 화재는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즉시 진화했다"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접지역인 서부 보로네시주의 알렉산드르 구세프 주지사도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서 "오전 일찍 우리 지역 방공시스템이 상공에 있는 무인기를 발견해 파괴했다"고 전했다.
전날 새벽에도 크라스노다르주 타만 반도 템륙 지역에 있는 석유 기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1천200㎡ 규모 시설이 불에 탔다.
같은 날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가 드론 2대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해 공격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성명도 냈다.
앞서 지난 2일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에서는 선로에 설치돼 있던 미확인 폭파 장치가 터져 화물열차 기관차와 철도 차량 20량이 탈선했다.
러시아는 드론 등을 이용한 이러한 사보타주 공격 배후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 항공교통국(Rosaviatsia)은 드론 경로의 실시간 추적을 위해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와 유사한 온라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항공교통국 대변인은 "이 서비스는 특정 지역의 무인기 비행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시 당국도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 시도가 발생하자 민간 드론 비행을 무기한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 러시아가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포함해 러시아 89개 지역 가운데 드론 비행을 금지한 곳은 40곳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처를 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또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드론을 활용한 크렘린궁 공격 시도에 대해 테러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오는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접경지와 주요 도시 등에서 소규모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테러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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