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층민 우대 정책' 관련 갈등…당국, 군경 투입하고 주민 대피시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북동부에서 최근 며칠간 하층 부족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관련 사망자 수가 54명으로 증가했다고 인도 PTI통신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PTI통신은 이날 동북부 마니푸르주의 주도 임팔과 추라찬드푸르 지역 등의 여러 병원에 안치된 시신 수를 집계해 이같이 밝혔다.
다만, 이번 소요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인도 매체는 지난 며칠간 산발적으로 사망자 발생 소식을 전했으며 매체에 따라 누적 사망자 수는 한 자릿수에서 수십명까지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사망자들은 주 인구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메이테이 부족과 다른 부족 주민 간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군경의 발포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0일 마니푸르주 고등법원이 주정부에 메이테이 부족을 지정부족(ST)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하라고 명령하면서 촉발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유혈 폭력 사태로 번진 것이다.
현재 인도 정부는 하층 카스트 등 취약 계층에 대학교 입학, 공무원 채용, 토지 구매와 관련해 정원 할당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카스트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최하층 달리트(불가촉천민)는 지정카스트(SC), 소수 민족은 ST로 지정돼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법원 결정으로 메이테이 부족이 ST에 새롭게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이자 이미 ST에 편입됐던 이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며 격렬하게 반발, 갈등이 폭발했다.
부족 간 충돌과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곳곳의 집과 차량이 불탔다. 시위대 일부는 경찰서에서 무기를 약탈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주 내 8개 지역에 통금령을 내리고 인터넷망을 차단하며 대응에 나섰다. 군과 전투경찰 병력 1만여명도 긴급 투입됐다.
당국은 이어 군경에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발포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아울러 소요가 심각한 지역의 주민 2만여명은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졌다.
군경이 적극적으로 치안 유지에 나서자 전날부터 소요는 조금씩 가라앉는 분위기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P. 도운겔 주 경찰청장은 "상황이 완전히 통제된 것은 아니지만 차츰 개선되고 있다"며 "치안 확보를 위해 더 많은 군 병력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1947년 독립 후 하층 카스트 지원 정책과 관련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중·상층 카스트는 더 나은 성적을 얻고도 취업과 진학에서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하층 카스트 지원 할당제는 인도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2016년에는 인도 중층 카스트들이 하층 카스트에만 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에 반발해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3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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