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날리면' 자막에 "공영방송이 외교성과 방해" vs "조작 여지 없어"
팽팽한 논쟁 끝에 법원 판결 날 때까지 의결보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졌던 MBC의 '자의적 자막 논란'을 놓고 양쪽으로 나뉘어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9일 열린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안건은 이미 지난해 가을 정치권을 달궜던 윤석열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 발언에 대한 MBC의 보도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제기된 민원은 '12 MBC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의 지난해 9월 22·23일 방송분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같은 자막을 내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 등이다.
MBC 보도 내용과 비슷하게 방송한 KBS 1TV, SBS[034120] TV, OBS TV, TV조선, 채널A, JTBC, MBN, YTN[040300]도 이날 함께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송소위는 이날 이 안건을 심의했으나 예상대로 여야 추천 위원들 간 입장 차만 노출하며 평행선을 달린 끝에 의결이 보류됐다. 5명 위원 중 3명은 '의결보류', 1명은 '문제없음', 1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이미 소송에 걸려 법적 판결을 기다리는 사안인 만큼 법원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일단 의결을 미루자는 취지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민원도 많았고 언론에도 많이 나온 사안인데 현재 외교부가 소송을 걸어서 변론을 준비 중인 단계라 1차 결론이 나올 때까지라도 일단 보류하는 게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
현 야권이 추천했던 위원들은 MBC 보도가 문제 없다고 주장한 반면, 현 여권이 추천했던 위원들은 의결을 보류하자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몫인 옥시찬 위원은 "(윤 대통령이) 욕설을 썼는지 확정이 안 된 사안이고 국민 의견도 심하게 갈라진 상황이라 함부로 결론 낼 만한 사안이 아니다. 특정할 수 없다면 심의 대상도 아니다"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반면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우석 위원은 "사회적 파장이 컸는데 사실관계 확장도 안 된다고 해서 각하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공영방송이 극단적으로 정파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 성과를 가리고 나아가 방해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종군기자가 총 들고 아군을 향해 총을 쏘는 형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 판결과 상충하는 부분이 생길까 봐 일단 의결 보류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에 옥 위원은 "하다못해 TV조선, 채널A 등 보수 매체까지 같은 소리로 방송하지 않았나"라고 했고, 김 위원은 "MBC는 내용을 편의적으로 왜곡해 조작했고 다른 방송들은 전언한 것이다. MBC 보도로 앵커링 효과가 발생했다"고 맞받았다.
언성이 높아지자 이 소위원장이 "그만하시죠"라고 중재에 나섰고, 옥 위원은 잠시 퇴장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김유진 위원은 '언론의 자유'를 들어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김 위원은 "9개 방송사가 모두 악의적으로 대통령 발언을 해석했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상황을 보면 영상과 음성을 그대로 방송해 조작 여지가 없다"며 "또 대통령실이 10시간 지나서야 '바이든'은 '날리면'이고 '국회'는 한국의 국회라고 했다. 마땅한 대응을 못 했다"고 했다.
이어 "올해 국경없는기자회에서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47위로 발표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MBC 해당 보도 후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으로 제재하면 오히려 국격이 실추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이 추천한 황성욱 위원은 "인용 보도 원칙에 어긋난다. 불명확한 소리에 자막을 달아서 인용하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며 "언론 자유를 언급하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욕하는 것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나. 오히려 언론이 정도를 지키지 않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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