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당,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쁘라윳 총리 "갈등의 블랙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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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군주제 개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진보 정당이 왕실모독죄 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자 친(親)군부 정당은 국가 안정과 통합을 위해 군주제를 보호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9일 방콕포스트와 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루엄타이쌍찻당(RTSC) 총리 후보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홍보 영상에서 "14일 선거는 태국이 지난 8년처럼 안정과 통합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갈등과 폭동의 블랙홀에 빠질 것인지 결정하는 투표"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티왓주 유세에서는 "태국은 분리되지 말고 통합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며 "모든 이가 국가와 종교, 군주제를 사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 연립정부에 참여한 품차이타이당의 대표인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은 "100년 넘게 존재해온 제도 아래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왔는데 왜 바꾸고 없애려고 하는가"라며 군주제 개혁 시도를 비판했다.
1932년 입헌군주제로 전환된 태국 사회에서 국왕은 신성시되는 존재다. 군주제를 지키는 대표적인 장치는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모독죄다.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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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대는 총리 퇴진과 개헌 외에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까지 요구했다.
FFP의 후신인 전진당(MFP)의 인기가 최근 급상승하면서 군주제 개혁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우리 당은 먼저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개정이 실현 가능성이 더 있겠지만, 거부되면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진당은 "이번 선거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태국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진보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피타 대표는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인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을 누르고 총리 후보 지지도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원에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만큼 압승을 거두는 정당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왕실 개혁 문제는 연립정부 구성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보수 정당들은 왕실모독죄를 고치려는 정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야권의 중심인 프아타이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패통탄은 인터뷰에서 "왕실모독죄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아타이당은 한때 군부 측 정당과의 연대설이 돌았으나, 패통탄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대신 전진당과는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아들을 출산한 패통탄은 며칠 만에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은 9일 소셜미디어(SNS)에 "74번째 생일이 되는 7월 전까지 손주를 보러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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