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탈중국 움직임 타고 '세계의 공장' 지위 도전

입력 2023-05-10 11:46  

인도, 탈중국 움직임 타고 '세계의 공장' 지위 도전
노동력과 내수시장 탄탄…인구도 중국 넘어설 듯
제조업 수출·FDI 호조…인허가 등 장애물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는 2021년 인도 남부 경제 중심지 첸나이 인근의 스리페룸부두르에 2개 공장을 새로 지었다.
현재 6개의 베스타스 조립 공장 주변에는 납품업체들까지 합류했다.
인도가 곧 세계 2대 터빈 시장이 되리라는 전망이 베스타스의 확장을 촉발했으며, 중국을 벗어나 생산을 다변화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더해진 것이기도 하다.
베스타스 인도공장 임원으로 시설 확장을 감독한 찰스 맥콜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중국 내 한 바구니에 우리의 모든 달걀을 담길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서방 회사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으로 명명된 전략 아래 필사적으로 중국의 대체지를 찾고 있는데, 인도가 '플러스 원'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규모에 필적할 노동력과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인구가 세계 최대일 수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서방 정부들은 민주 체제의 인도를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이전보다 더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베스타스 공장이 있는 스리페룸부두르 내 산업단지들이 크게 확장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와 가전에 이어 태양전지판, 장난감,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국적 제조업체들이 밀려들고 있다.
이들 모두 중국 공장의 대체지를 찾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물론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기지라는 지위는 여전하지만, 최근 잇따른 사태는 기업들에 중국 밖 대체지를 찾고 있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노동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중국 경쟁업체들에 기술을 이전하라는 중국 당국의 압력도 커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것이나 서방 정부들이 미국의 압력에 따라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탈중국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는 중국과 맞설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수출이 2021년 기준으로 아직은 중국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멕시코나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다른 신흥국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가전제품 수출의 경우 230억 달러 규모로, 2018년 이후 3배로 급증하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특히 애플은 지난 15년간 중국 내 생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2017년 이후 저가 아이폰 모델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최신 기종인 아이폰14까지 생산한다.
JP모건은 2015년까지 모든 아이폰 생산의 25%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연평균 420억 달러에 이르는 등 최근 10년 사이 배가 됐다.
그러나 전체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에서 투자하거나 제조업을 하는데 장애물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숙련도가 낮은 데다 기간시설은 개발이 더디고 규제를 포함한 사업환경도 부담이 되고 있다.
용지 매입이나 공장 건설과 관련해 미진한 인허가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달리 관세를 높여 수입품 대신 자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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