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지원·자금 몰리며 반도체 산업 재편 활발
AI·항공 등 산업 발전 장애, 비첨단 반도체 점유율 늘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기업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자국 서부에 지으려던 대형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은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무역전쟁을 기술 분야로 확대하면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서방의 장비와 숙련기술자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몇몇 직원은 회사를 떠났고, 3개의 미국 장비 공급업체는 선적과 서비스 제공을 거의 즉각적으로 중단했다.
유럽과 일본도 곧 같은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에 따라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중국 자립의 기수로 칭찬받은 바 있는 YMTC는 현재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고 있으며 사업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규제 도입 후 7개월이 흐른 지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현금 수십억 달러를 끌어내며 자국 내 공급망 구축 노력을 강화하면서 탈미국화를 재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의 기술과 자금이 빠져나간 가운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비록 첨단 쪽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수익성 있는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밖에 있는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부사장인 폴 트리올로는 이 신문에 "중국 내 많은 분야의 현재 목표는 미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규제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할 것으로 보이자 자국 내에서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중국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화훙반도체를 포함해 수십 개의 반도체 회사들은 올해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일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미국의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월 YMTC에는 정부로부터 약 19억 달러(2조5천억원)가 투입됐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낮잠을 자고 있던 정부 자금은 최근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공급업체들에 공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흐름에 합류하면서 광저우는 반도체와 다른 기술 프로젝트들에 21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투자 확대로 호응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인 SIMC와 화훙반도체는 비록 비첨단 반도체라 하더라도 생산 확대에 각각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반면,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올해 외국의 중국 반도체 분야 투자는 이미 6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장기적으로 반도체 제조용 세계 최상급 장비를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은 인공지능(AI) 및 항공과 같은 다수의 첨단산업 분야 발전에 장애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외국 영향력의 약화는 중국 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관련 업체들 주가는 강세다.
또 비첨단 분야라 하더라도 반도체 생산에 대한 중국의 점유율을 높여, 10년 이내에 중국이 이 분야 세계 생산 능력의 약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에 기술 문제를 조언하는 상 리강은 "제재 때문에 시장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며 "이제 우리는 발전할 기회를 갖고 있다"라고 NYT에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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