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관측 분분…화웨이, 美제재시 어떤 어려움 겪는지 보여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가 돌연 반도체 설계 자회사의 문을 닫은 것을 두고 미국의 잠재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전했다.
앞서 오포는 지난 12일 글로벌 경제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설계 자회사 쩌쿠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쩌쿠의 류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반도체에 대한 그런 엄청난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SCMP는 쩌쿠의 폐업을 경기 침체와 실적 둔화 탓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잠재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노력 등 비재무적인 다른 이유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오포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보도나 관측은 없지만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앞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2020년에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했다. 이전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인했던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로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제재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화웨이는 결국 지난해 12월 자체 설계한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바닥이 났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 TSMC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자 하이실리콘의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SCMP는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가 계속 화웨이의 운영에 영향을 끼치면서 하이실리콘 출신 많은 엔지니어가 쩌쿠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쩌쿠의 직원들은 회사가 발표하기 불과 10여시간 전에야 이를 알았다.
SCMP는 쩌쿠의 폐업으로 약 3천명의 엔지니어가 실직했으며, 이는 중국 반도체 업계 최대 규모 해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포가 쩌쿠를 세우며 3천명을 고용한 것은 전략적 실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으로서는 너무 큰 규모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에 이어 4위를 차지한 오포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중 하나로 2019년 쩌쿠를 세웠다.
그러나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하면서 지난해 오포의 매출은 전년보다 23% 줄어든 382억 달러(약 51조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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