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따른 실향, 이산 고통 기리는 날…미·영은 행사 불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처음으로 유엔이 기념한 '나크바(대재앙)의 날' 행사에서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촉구했다고 팔레스타인 와파(WAFA)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바스 수반은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나크바의 날' 행사에서 지금까지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인권이사회에서 1천건이 넘는 이스라엘 관련 결의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실행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 결의를 존중하도록 강제하거나 아니면 이스라엘의 유엔 자격을 정지시킬 것을 공식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의미의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실향과 이산의 고통을 뜻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건국일 다음 날인 5월 15일을 나크바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 민족 권리위원회에 나크바의 날 기념행사 개최를 요청하는 총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75주년이 되는 올해 행사가 유엔에서 처음 열리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지를 떠돌던 유대인들은 유엔 총회가 1947년 영국의 지배 아래에 있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안을 채택하자 이를 근거로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이스라엘 건국 선포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 76만여명(유엔 통계 기준)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가자지구에 200만명을 포함해 중동 전역에 500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흩어져 있다.
반면 주변 아랍권 국가들은 유엔 총회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를 수용하지 않았고, 독립을 선언한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전쟁도 치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에 속해 있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봉쇄 정책을 펴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갈등을 키워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정부는 지난해 말 출범 이후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통해 사실상의 서안지구 병합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식민 열강들 특히 미국과 영국이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나크바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는 만큼, 팔레스타인 주민에 가해진 역사적 고통을 끝낼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유엔의 나크바의 날 기념식에 대해 "끔찍한 사건이며 역사를 왜곡시키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난하며, 각국의 불참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남미, 중동의 여러 국가와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단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불참했다.
한편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 라말라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난민의 귀환을 촉구하며 75주년 나크바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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