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규모 5분의 1 이하로 변경…환경단체 "자연공원 훼손·경제성도 의문" 지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스위스가 화석 연료 사용을 더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 조성사업이 주변 환경을 훼손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남부 발레주(州)의 성명과 현지 통신사 키스톤-SDA의 보도 등에 따르면 발레주의 그헝지올 지역에 세워질 태양광 발전소의 건설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산지 지형인 그헝지올에는 계곡이 지나가는 해발 2천m의 자연공원이 있다. 이 땅에 축구장 700개를 합친 5㎢ 용지를 마련하고 600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다는 게 당초 발레주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발레주는 사업 규모를 5분의 1 이하로 줄여 1㎢의 땅에 110GW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조성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축소된 발전 시설로도 3만7천 가구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발레주는 소개했다.
스위스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전체 전력 생산의 80%에 이른다. 수력 발전이 68%를 차지하고 11%는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한다.
스위스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더 끌어올리기로 하고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발레주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역시 그 일환으로 평가됐다.
발레주뿐 아니라 취리히 등 스위스 전역의 에너지 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사업자로 합류한 것도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려는 정책 취지에 산업계가 부응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하지만 발레주가 의욕적으로 세운 사업 계획을 대폭 축소한 것은 태양광 발전이 주변 산악 환경을 훼손하며 경제성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대 여론을 고려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자연공원에 들어서면 일대의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고산 지역의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부지가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데다 겨울에 강풍과 폭설 등도 빈발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설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2025년 말부터 첫 전기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축소된 사업 계획은 올해 하반기 발레주의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승인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발레주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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