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하루 전 협상 타결…"러 우려 일정 형태 수용될 듯"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에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가능하게 한 흑해 곡물 협정이 중단 하루 전 가까스로 2개월 연장됐다고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TV로 방송된 연설을 통해 공개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주장한 협정 만료일 하루 전이고, 튀르키예의 대선 결선 투표를 열흘여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노력, 러시아 친구들의 지원,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헌신 덕분에 협정의 2개월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며 "이 결정이 모든 당사자에게 혜택이 되는 것을 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제안과 노력을 진심으로 지원해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유익한 협력을 해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이 과정에 헌신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협정 조건이 이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튀르키예 선박이 출항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협정 연장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튀르키예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려가 일정 형태로 수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른 당사자들이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정치적 관점에서 유럽연합(EU)이 주요 수혜자이고 협정의 지속적 이행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120일 기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로 연장됐으나, 러시아는 두 번째 연장의 기간이 120일이 아닌 60일로 오는 18일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국산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한 협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를 풀지 않을 경우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8일을 앞두고 4개 협정 당사자가 협상을 벌였으며, 이날 오전에는 협정 중단 전 마지막 곡물 수출선이 우크라이나 항만에서 출항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정이 발표되지 않았다. 가정적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며 "발표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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