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마다 생수 사재기 현상…낙농업가에도 타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국경을 맞댄 남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역대급'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 홈페이지에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우루과이 남서부와 아르헨티나 북동부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 2∼4월 가뭄 정도는 0∼5단계 중 '심한 가뭄'(3단계) 또는 '극심한 가뭄'(4단계)로 분류돼 있다.
광활한 목초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살토와 우루과이 항구 도시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 등지는 최악인 '비정상 가뭄'(5단계)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알바로 델가도 우루과이 대통령실 비서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74년 만에 최악의 물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밀집 지역인 양국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몬테비데오 역시 일부 지역에서 물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우루과이의 경우엔 수도권 지역 상수 공급원인 파소 세베리노 저수지 고갈 우려마저 나오면서, 우루과이 수도공사가 염분 농도 높은 강 하구 지역 물을 담수에 섞어 공급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도심 주요 수돗물은 며칠째 음식에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될 만큼 짠맛이 도는 상태라고 일간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주민들이 수돗물 대신 마트에서 생수를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는 "마시기 어렵지만, 못 마시는 물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임신부와 노약자, 환자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원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라울 몬테로 우루과이 수도공사 사장이 "수돗물 염분 비율은 ℓ당 350㎎으로, 최대 허용치인 440㎎을 밑돈다"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수돗물 사용자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루과이 정부는 또 2세 미만 아동 가정과 환자 등에 식수 또는 물값 지원, 임시 저수지 건설, 자동차 세차 제한 등 긴급 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젖소 우유 생산량 감소와 농기계 매출 급감 등 농가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낙농가의 호르헤 가르시아 부이수는 일간지 라나시온에 "2∼3월의 낮은 강수량 영향으로 우유 생산에 있어서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건초 품질마저 낮아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다른 낙농업자 다리엘 델 에르바 역시 "가뭄 때문에 올해 생산량이 20% 감소했다"며 "반대로 사룟값은 커져서, 이대로라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두 나라 정부 모두 현재 단비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물 부족을 극복할 만한 강수량이 기록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양국 기상청 예보여서, 국민들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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