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동성애 교육 제한' 놓고 불씨…소송전 격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디즈니가 미 공화당 대선 잠룡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상대로 대립각을 끌어올려온 와중에 이번엔 2천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백지화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의 보조금을 받아 오렌지 카운티에 건설하려던 10억달러(약 1조3천300억원) 규모의 사무실 단지 '레이크 노나 타운 센터'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조시 디마로 디즈니 테마파크·소비재 담당 임원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새 리더십과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고려해 이 단지의 건설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렌지 카운티를 담당하는 린다 스튜어트 플로리다주 상원의원도 디즈니의 최근 결정이 "유감스럽다'며 "사업 환경과 경제적 요인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즈니가 건설을 취소한 레이크 노나의 업무 지구는 평균 연봉 12만달러(1억6천만원)의 일자리 2천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디즈니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이곳으로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디즈니 측은 사업 취소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 대변인은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 시가총액 감소와 주가 하락을 고려한다면 (디즈니가)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디즈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18억달러(29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는 줄어들었지만, 디즈니월드와 다른 테마파크는 17%의 큰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디즈니 주가는 1년 전보다 10% 하락했다.
디즈니와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플로리다주가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적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최근 다양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는 디즈니는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디샌티스 주지사가 발끈해 디즈니 특별지구에 부여해온 세금 혜택 등을 박탈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격화됐고,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디샌티스 주지사를 겨냥해 플로리다주 정치인들이 디즈니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플로리다주는 우리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며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을 원하나, 원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책임감 있게 (디즈니월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 수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플로리다주에서 정한 최저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