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까지 2박3일 간 히로시마 G7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 6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인 일본의 초청에 따라 참관국 자격으로 G7 회의에 참석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호주, 인도, 브라질 등 모두 8개국이다. 앞서 지난 17일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윤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21일과 2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과도 연쇄 회담을 갖는다. 일주일 사이 15개국 정상과 자리를 함께하고 그 가운데 10개국 정상과 양자, 또는 삼자 회담을 갖는 셈이다. 말 그대로 '외교 슈퍼위크'다. 주요 우방국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외교 이벤트 무대가 열리는 만큼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질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가장 주목되는 일정은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21일에는 양자 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이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회담 이후 2주 만에 다시 만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 궤도에 오른 양국 관계를 점검하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같은 날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유력시된다.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이후 6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포함된 3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안보와 경제 이슈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한 군사 정보 공유 방안, 역내 공급망 불안 해소, 에너지 위기 극복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G7 확대회의에 참석해 식량, 보건, 기후, 에너지 등 글로벌 의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를 약속하는 한편 의장국이 제시한 중점 주제인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정책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G7 정상회의는 미국, 일본 등 서방국들과 우호를 증진하고 실질 협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도 요구된다. 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천명하는 등 중·러 견제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 관한 한국의 입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한미일 동맹이 공고해지면서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불안 요소도 생긴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협상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스트리아에서 양국의 외교·안보 수장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싫든 좋든 한반도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한미일 동맹의 강화는 최근 국제적 역학 관계의 변화나 가치 공유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진영 대결의 최접점에 있다는 것은 다른 동맹국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일 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되 다른 주변국과의 갈등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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