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예산 증가율 10년 제한 요구…"올해보다 돈 더 쓰면 안돼"
바이든, G7회의 중 협상상황 보고받아 "디폴트 피할거라 믿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이 일시 중단했던 부채 한도 협상을 재개했지만, 연방정부의 지출 감소 폭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협상 일시 중단을 선언했던 공화당 실무협상팀은 같은 날 밤 워싱턴DC에 있는 의회에서 다시 백악관 협상팀과 만났다.
공화당 협상팀의 가렛 그레이브스(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진전은 없었다면서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매우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밤 대화는 협상은 아니었다"며 다음 협상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채 한도는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에 법적 상한을 둔 것으로 이미 지난 1월에 31조4천억달러 한도를 채웠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정부 지출을 큰 폭으로 삭감해야 부채 한도 상향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양측은 당장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2024 회계연도 예산을 얼마나 줄일지, 또 향후 몇 년간 정부 예산에 상한을 둘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연방정부 예산을 1천억달러 삭감하고 향후 10년간 정부 예산 증가율을 일정 규모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큰 규모의 지출 삭감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며 예산 증가율 2년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19일 저녁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대화를 재개했다면서 "그들이 협상장에 들어와서 우리가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돈을 쓸 거라 생각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그건 옳지 않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차를 고려하면 이번 주말에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타결에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호주 총리와 회담에서 부채 한도 협상을 걱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안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난 아직도 우리가 디폴트를 피하고 좀 괜찮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협상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이후 벤 라볼트 백악관 공보국장은 성명을 내고 "공화당은 경제를 인질로 잡고 우리를 디폴트 직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볼트 국장은 "공화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선의로 협상하면 합리적인 초당적 합의에 도달할 길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과 가장 어려운 미국인을 벌주고 경제 성과를 되돌릴 극단적인 마가(MAGA) 공화당의 희망 사항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 협상을 위해 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21일 귀국할 계획이지만 협상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연방정부는 당장 6월 1일에 군인 월급과 퇴직연금 100억달러를, 6월 2일에는 사회보장급여 250억달러를 지급해야 하며 만약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WP는 보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날의 협상 일시 중단은 각자 진영에서 내부 비판에 직면한 양측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소득층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공화당의 요구를 의제로 논의하기로 해 민주당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백악관과 합의하면 정부 지출을 충분히 줄이지 못할 것이라며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난하고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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