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리유니온' 인터뷰…"본연 그대로 각진車 완성에 애착"
(코모[이탈리아]=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세계 3위에 오른 자동차기업의 유산과 같은 차 디자인을 맡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현대차의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대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GFG 스타일'의 설립자인 주지아로 대표는 1970년대 포니를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2세대 등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주지아로 대표가 작업한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정주영 선대 회장이 이탈리아에 왔을 때만 해도 현대차에 대해 잘 몰랐다"며 50년 전 기억을 되짚은 주지아로 대표는 "한국과 연결된 것은 매우 기분 좋고, 놀라운 일이었다"며 이어진 협업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대차는 과거 유산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 '현대 리유니온'의 첫 프로젝트로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로 하고, 주지아로 대표와 아들 파브리치오 주지아로에게 작업을 맡겼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에 공개됐지만, 양산에 이르지 못했고 디자인은 유실된 상태였다.
약 6개월간의 작업 끝에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이 마무리되자 현대차는 주지아로 대표와 포니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이를 공개했다.

주지아로 대표는 "포니를 기본으로 해 젊은이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느낌의 스포츠카를 만들려고 했다"며 반세기가 흘러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첫 구상을 소개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이를 포기했다고 한다.
현대차로부터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을 제안받았을 때 난감한 마음이 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본체가 유실돼) 사진만으로 50년 전 차를 만드는 작업이어서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또 "예전에 능력 있는 기술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복원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인 파브리치오 주지아로도 "당시 프로토타입을 만든 방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방법은 현대적이어도 그 당시 사용했던 소재를 사용했다"며 "예전에 사용한 소재를 사용한 것은 힘들었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주지아로 대표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이 높게 만들어졌다면 앉는 공간이 넓게 만들어져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전 스타일에 맞춰 차체를 낮게 제작하는 바람에 공간이 좁아진 점은 아쉽다는 뜻이다.

다만 주지아로 대표는 "지금 방식으로 만들면 좁고, 둥글게 만들어야 했지만, 본연 그대로 각진 모습의 차량을 완성한 것이 애착이 가는 부분"이라고 포니 쿠페 콘셉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루프 등 차체의 많은 부분이 유리로 이뤄진 점도 포니 쿠페 콘셉트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지아로 대표는 현대차가 포니 쿠페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N 비전 74'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런 제안은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1974년의 영감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차량을 만들었는데, 역사를 위한 연구로 대단한 결과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 비번 74는 고성능 N 브랜드의 롤링랩이다. 롤링랩은 모터스포츠 노하우가 적용된 고성능 기술을 양산 모델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차량을 말한다.
주지아로 대표는 최근 차량의 디자인에 대해선 "사업적 선택으로 차량의 크기가 커지고 있고, 자동차업체들이 이러한 유행을 따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디자인이 더 과감해지고 많은 디테일이 추가됐는데, 역으로 아름다움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선 "저는 많은 창의적인 사람 중의 하나였고, 시대 유행을 보고 거기서 조금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는 2002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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