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그들만의 위대함에 빠져있다" 맹비난
중 "미국이 경제적 강압자…G7, 공범 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고 중국의 위협에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하자 중·러 두 나라가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G7 정상들은 20일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 등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가장 강한 표현으로 다시 한번 비난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중요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경제적 강압에 대항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설하기로 했다.
동·남중국해 상황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어떠한 힘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G7이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할 목적에 "그들만의 위대함"에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전날 성명에서 G7 정상들이 오히려 "국제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G7이 미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범이 되지 말라"고 촉구하며 "(중국에 대한) 대규모 일방적 제재와 '디커플링(공급망서 배제)', 공급망 교란 행위는 미국을 진정한 경제적 강압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세계를 분열시키려는 G7 주도의 서방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앞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날 "중국이 우리 시대의 세계 안보와 번영에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언급한 것에도 공개 불만을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駐)영 중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영국 측의 발언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며, 사실관계를 무시한 악의적 비방"이라며 "양국 관계를 더 훼손하지 않으려면 중국에 대한 중상모략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촉발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범죄 혐의를 받는데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자 유럽 내 중국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한 리투아니아의 제품 수입을 중국이 일방적으로 금지한 것도 유럽 내 여론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CNN은 진단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지리경제학 센터의 조시 립스키 수석 총괄은 CNN에 "2년 전만 해도 G7 정상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성명에 서명한다는 건 믿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핵심은 G7이 중국에 더 집중하고 조율된 정책 접근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병력을 철수하도록 중국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지난달 말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할 계획을 밝혔다. 이후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우크라이나 등 유럽 5개국을 돌며 중재 외교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G7 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은 "자국의 이해와 일치하는 해결책을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도록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콩 침례대 장 피에르 카베스탕 명예교수는 CNN에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이나에 흔들림 없이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G7 정상들의 결심을 보고, 이번 전쟁을 종식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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