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정론지' WSJ 사설 "바이든 대통령, 채무불이행은 헌법위반"
디폴트 때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우려한듯…"새사업 위한 지출은 월권"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내 보수파 사이에서도 수정헌법 14조를 통해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해 가자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채무를 이행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WSJ 논설실 명의로 작성된 이 사설은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는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의무 사항이지만, 채무불이행은 헌법 위반인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의회의 승인 없이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주장은 지난 2011년 민주당에서 제기된 이후 주로 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이 지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보수세력의 정론지로 꼽히는 WSJ까지 이 같은 주장을 수용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WSJ이 수정헌법 14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는 주장을 편 것은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등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WSJ은 현재 미국 정부의 세입이 채무 지출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3월의 경우 연방정부의 세입은 3천130억 달러이고, 채무로 발생하는 이자는 670억 달러라는 것이다.
WSJ은 연방정부가 이처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채무이행을 하지 않는 것은 극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WSJ은 수정헌법 14조의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수정헌법 14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더라도 기존의 채무를 이행하는 것만 허용될 뿐 새로운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은 대통령의 월권이라는 이야기다.
WSJ은 "헌법은 의회에 권력을 부여했고,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연방정부의 채권을 탕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길에 오르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권한이 있는지 14조를 살펴보고 있다. 난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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