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기존 채무 있을 땐 전세보증금 제한 검토 가능"
"에스크로 도입, 전세 하지 말라는 얘기…극단적 예시"
(바르샤바=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임대차제도 수술'을 예고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무제한 갭투자를 금지 또는 제어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세제도 개편 방향을 밝혔다.
원 장관은 "전세가 해온 역할을 한꺼번에 무시하거나, 전세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은 원희룡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출장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처럼) 사회에 뿌리내린 제도가 생긴 데에는 행동 참여자들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이런 행동의 뿌리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세제도가 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발언 이후 개편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자 점진적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 대출을 끼고 갭투자를 하고, 경매에 넘기는 것 빼고는 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재테크 수단인 것처럼 얘기되는 부분은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정 숫자 이상의 갭투자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대출받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 여러 채를 살 수 없게 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런 접근이 현실성 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갭투자 규모가 무한하게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순위 보증금, 근저당이나 기존 채무가 있을 경우에는 보증금을 제한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원 장관은 "담보가치가 남아있는 부분의 일정 비율만큼만 전세 보증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도를 두는 방안도 있다"며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에스크로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3의 기관(신탁사나 보증기관 등)에 입금하면 이들 기관이 보증금 일부를 예치하고 나머지를 집주인에게 주는 방식이다.
원 장관은 "가장 극단적으로는 에스크로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당시 언급한 것"이라며 "넘겨받은 보증금을 전액 금융기관에 맡기고 쓰지 말라고 하면 전세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최종 정책 판단은 에스크로 같은 극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반영해서 내려야 한다"며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에 대해서는 "야당이 많이 협조해줘 통과하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전세 피해자의 보증금을 일부라도 직접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하고,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 원칙을 야당이 수용해 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피해자 개개인에게 특별법상 지원책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원 장관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행정적 지원이 차질 없게끔 하겠다"며 "현재 마련된 지원 정책이 피해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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