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3,000 기업, 올해 자사주 매입계획 규모 791조원
애플, 알파벳 등 기술기업이 주도…애플, 1분기에만 25조원 써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의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미국 증시에서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뉴욕 증시 주요 지수인 러셀 3,000(시가총액 상위 3천개 기업으로 구성)에 속한 기업들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밝힌 자사주 매입 계획 규모는 6천억 달러(약 791조1천억원)를 기록 중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2천700억 달러(약 1천674조4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고 실제로는 1조500억 달러(약 1천384조4천억원)를 사들인 바 있는데, 올해도 비슷한 매입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WSJ은 최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위험성이 낮은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떠받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을 통한 주식거래 고객의 순 자금흐름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85억 달러(약 11조2천억원)가 순 유입됐지만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면 사실상 253억 달러(약 33조3천억원)가 순유출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러셀 3,000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7.3%, 7.9% 올랐다.
S&P 다우존스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주도하고 있으며, 애플은 1분기에 191억 달러(약 25조1천억원)를 썼다.
덕분에 메타플랫폼 주가는 올해 105%나 올랐고, 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주가도 최소 30% 올랐다.
지난해 정유업계의 자사주 매입도 크게 늘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1분기까지 이어진 상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EPFR의 윈스턴 추아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이 역사적으로 높은 속도"라면서 "(주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분명히 자사주 매입 기업들의 주가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데 대한 비판 속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에 1% 세금을 물리고 이를 향후 4%로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자사주 매입 흐름을 막지 못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경기 순환적 측면이 있을 수 있으며, 고금리 지속 등 최근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자사주 매입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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