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 전력 미지수…우크라는 '외곽 포위'로 반격 태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의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철수 발표가 전쟁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오늘 우리는 바흐무트에서 부대를 철수한다"며 "거점과 탄약 등 모든 것을 정규군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한 지 닷새 만이다.
러시아 정규군이 앞으로 바흐무트에서 용병들 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흐무트를 계속 점령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의 철수가 러시아군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이 바흐무트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독립 인터넷매체인 메두자에서 전쟁을 해설하는 드미트리 쿠즈네츠는 NYT의 서면질의에 러시아 총참모부가 바그너그룹의 철수로 초래될 격차를 메울 충분한 병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상당히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쿠즈네츠는 러시아군 병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러시아가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우크라이나에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나중에 바흐무트를 둘러싼 지역이나 우크라이나 남부로 보내질 것으로 내다봤다.
쿠즈네츠의 이런 분석은 러시아 전력에서 바그너그룹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정규군이 불안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많은 이들에게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규군이 닮아야 할 모델이 됐다고 꼬집었다.
바그너그룹의 엄격한 규율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러시아 정규군의 복잡한 관료체제와 비교된다는 것이다.
바그너그룹은 작년 10월 바흐무트 점령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해 사상자 수만명을 감수하면서 러시아 정규군이 재충전할 시간을 줬다.
러시아군의 바그너그룹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정규군 전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올해 탈영자 급증 등으로 볼 때 러시아군 사기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바흐무트를 포기하지 않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면 러시아 정규군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 동부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연대장은 지난 21일 바흐무트 최전선을 방문해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목표는 바흐무트를 에워싸는 '전술적 포위'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도심을 대부분 러시아에 빼앗겼지만 주변 고지대를 점령해 러시아군에 포격을 퍼부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23일 "러시아가 현재 바흐무트를 통제하지만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략가 다라 마시코트는 "바흐무트 변두리에는 아직 많은 우크라이나 병력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진지는 지금 특별히 안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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