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들고 22년 만에 모습 드러낸 르완다 학살 주범

입력 2023-05-27 02:09   수정 2023-05-30 10:45

성경책 들고 22년 만에 모습 드러낸 르완다 학살 주범
체포 이틀 만에 법정 출석…"유감"이라며 혐의는 부인
2000년 남아공 입국…허위 신분으로 망명 신청까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도피 생활 22년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체포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주범 중 하나인 풀전스 카이셰마(61)가 26일(현지시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체포된 지 이틀 만에 케이프타운 법원에 출석한 그의 두 손에는 성경책과 또 다른 기독교 서적이 들려 있었다.
모자가 달린 파란색 재킷 안에 흰색 후드티를 입고 안경을 쓴 카이셰마의 얼굴은 지명수배 사진의 표정보다 더 부드러워진 인상이었다.
1994년 집단학살 희생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면서도 학살과 관련해 자신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2001년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가 발부한 그의 체포영장에 따르면 카이셰마는 1994년 4월 15일 르완다의 한 성당에서 남녀노소가 포함된 2천여 명의 투치족 난민 학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2천여 명이 대피한 성당을 불태우라고 지시한 경찰 간부 중 하나로, 계획이 실패하자 불도저로 건물을 밀어 사람들을 죽이고 이틀에 걸쳐 시신을 집단 매장하는 데도 관여했다.
ICTR은 집단학살, 인도에 반한 죄 등의 혐의로 2001년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2015년 ICTR로부터 남은 사건을 이관받은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 수사팀이 인터폴, 남아공 경찰과 함께 이틀 전 그를 체포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그가 ICTR의 체포영장 발부 1년 전에 이미 르완다에서 도망쳐 남아공으로 입국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아공 검찰은 이날 카이셰마에게 2000년 입국 과정에서 '풀전스 덴데-미나니'라는 이름의 부룬디 난민이라고 허위 진술한 것을 비롯해 이민법 위반, 사기 등 5가지 혐의를 제기했다.
여기에는 2004년 허위 신분으로 받은 망명 허가가 2년 뒤 만료된 이후에 17년 넘게 남아공에 불법 체류한 혐의도 포함됐다.
그는 이틀 전 체포된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와인 제조로 유명한 '파를' 마을의 포도 농장에서는 '도나티엔 니바슘바'라는 가짜 이름으로 숨어 지냈다.

카이셰마가 르완다로 인도되기 전에 남아공에서 제기된 혐의로 재판받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까지는 케이프타운 폴스무어 교도소에 수감된다.
궁극적으로는 르완다로 인도돼 집단학살과 인도에 반하는 죄로 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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