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쿰 피닉스공장, 시멘트 연료로 100% 순환자원 활용
독일, 유럽서도 시멘트 탄소중립 선도…1980년대부터 순환자원 이용
(베쿰[독일]=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우리 공장에 유연탄은 없습니다. 시멘트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연료는 100% 순환자원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4시간 이동해 도착한 중소도시 베쿰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토어스턴 코츠워 피닉스 빌딩엔지니어는 공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순환자원 활용률이 '100%'라며 양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1962년 세워진 이 공장은 연평균 40만∼52만t의 시멘트를 생산한다.
시멘트 제작에 사용되는 회전식 가마인 킬른 1대가 운영되는 이 공장은 다른 시멘트 공장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도 생소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이 작은 공장이 특별한 이유는 높은 순환자원 활용률에 있다.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과 부원료인 점토, 규석, 철광석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1천4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서 만든다.
초고온 용융 과정에서 연료로 유연탄을 주로 쓰지만, 유럽 등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해 쓰는 추세다.
유럽 내에서도 독일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의 시멘트 제작 시 순환자원의 연료 대체율은 2020년 기준 69%로, 유럽연합(EU) 평균인 52%를 웃돈다. 한국은 2021년 기준 35%다.
이 공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대체연료로 사용되는 순환자원 저장고였다. 저장고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두 곳으로 분류된다.
소성 과정에 사용되는 고운 입자의 순환자원을 보관해두는 저장고는 최대 700t을 보관할 수 있다.
이곳에 저장된 순환자원은 폐타이어나 원유 기반 폐기물인 폐합성수지 등 연료로 사용할 가치가 있는 가정용, 산업용 폐기물 중 수분 함량이 5% 미만인 것들이다.
바닥이 움푹 파인 저장고에 폐기물이 한가득 쌓여 있어 악취를 우려했지만 건조된 탓인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재진이 건물 안에서 10분 넘도록 큰 불쾌감 없이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맨눈으로 본 순환자원은 비닐, 종이상자, 스티로폼 등 다양한 폐기물이 잘게 갈려 섞여 있었다. 손으로 만지면 바스락거리는 감촉이었고 별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코츠워 씨는 "이 공장에는 7개의 폐기물 공급처가 있다"며 "폐기물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처마다 주마다 1회 샘플 테스트를 해 폐기물 함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20% 정도 에너지 효율 변동성은 있지만,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2만5천t의 대체연료가 사용된다"며 "독일은 폐기물 매립이 법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이처럼 시멘트 공장에서 재활용되지 못하는 등 활용성이 떨어지는 폐기물만 최종적으로 소각된다"고 덧붙였다.
동물 사체와 폐기유, 수분함량이 30% 정도에 달하는 거친 입자의 순환자원도 대체연료로 사용된다.
피닉스 공장은 대체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포트폴리오 변경으로 2015년 기준 1990년에 비해 18%의 온실가스를 저감했다.
시멘트 제작 때 나오는 배기가스는 일종의 거름 장치인 SCR(선택적 촉매 환원설비)을 거쳐 규정에 맞게 처리된 뒤 배출된다.
코츠워 씨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은 쓰레기 소각장에 적용되는 규정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며 "그렇지만 800도에서 가열되는 소각장과 달리 킬른 온도는 1천450도에 달해 단 10분 만에 모든 유해 물질을 태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굴뚝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은 법적 기준치의 0.1%에 불과하고, 온라인으로 누구든 투명하게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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