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평균 순환자원 재활용률 52%…한국은 35%에 그쳐
전문가들 "시멘트값 인상·정부 정책·인식 변화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에서 한국 시멘트 업계 역시 기존 화석연료 중심 산업에서 저탄소형 산업으로의 거대한 구조 전환 문제에 당면했다.
유럽 시멘트 업계는 1980년대부터 시멘트 연료로 순환자원을 활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현재 선두 위치를 선점한 데 반해 한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멘트 산업의 탈탄소화 전환을 위해 시멘트 값 인상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순환자원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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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산업 탄소중립의 핵심은 순환자원 재활용이다.
시멘트 산업의 주요 탄소저감 수단으로는 ▲ 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료로 대체 ▲ 연료를 유연탄에서 순환자원으로 대체 ▲ 공정효율 개선 ▲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 등 크게 4가지가 꼽힌다.
이 중에서도 시멘트 업계가 주목하는 감축 수단은 연료를 대체하는 '순환자원 재활용'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데다, 쓰레기 매립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다.
유럽에 비해 국내 순환자원 재활용은 첫발을 뗀 수준이다.
유럽은 1980년대부터 대체연료 사용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1997년에서야 폐타이어, 2002년 폐합성수지를 시멘트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1년 기준 국내 시멘트 산업 순환자원 활용률은 전체 연료의 35% 수준으로, 2020년 유럽연합(EU)의 평균 재활용률(52%)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유럽이 2035년까지 순환자원 연료 재활용률을 65%까지 확대하기로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목표는 2050년까지 60% 확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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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산업 탈탄소화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산업 전환을 위해 투자할 비용은 늘지만, 시멘트 값은 국제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시멘트 가격은 t당 7만8천800원으로, 국제 시세인 t당 15만7천790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2018년 이후 5년간 설비투자에 1조8천400억원을 투입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 개조와 순환경제 전환에 필요한 폐합성수지 사용 등 환경투자가 커진 데다, 시멘트 제조 시 나오는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 투자를 병행한 결과다. 업계는 향후 3∼4년간 설비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원자잿값 급등 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난 탓에 지난해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시멘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0.6%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평균 12% 줄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멘트 비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한국의 시멘트 가격은 유럽에 비해 헐값 수준"이라며 "탈탄소화 과정에서 시멘트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 발전을 통해 차츰 인상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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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도 시멘트 산업 탈탄소화 전환의 속도를 좌우한다.
예컨대 독일은 정부의 엄격한 폐기물 처리 방침 덕에 시멘트 산업의 대체연료 활용률이 다른 EU 국가보다 앞서고 있다. 2020년 독일의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69%다.
독일 시멘트 제조업체인 글로벌기업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의 우베 마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한국과 독일의 연료 재활용률 격차는 정부 정책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며 독일 정부의 폐기물 매립 금지 정책이 순환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마스 CTO는 "독일 정부는 매립을 허용하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고, 폐기물 처리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며 "모든 폐기물은 규정에 따라 처리돼야 하는데 시멘트 대체연료로 사용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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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연료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여러 연구 결과 순환자원을 대체연료로 사용했을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세먼지 배출과 시멘트 내 중금속 함유량이 많아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에서 사용하는 천연광물과 순환자원의 중금속 함량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순환자원 사용이 늘어도 시멘트 중금속 함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순환자원 사용량은 303만7천t에서 904만7천t으로 3배 늘어났지만, 시멘트 중금속 함량 추이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 미세먼지 배출 증가 우려에 관해선 "미세먼지의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 농도는 한국환경공단 측정 자료에 따르면 전국, 수도권과 비교해 시멘트 공장 소재지에서 모두 낮았다"며 "연평균 미세먼지도 시멘트 공장이 있는 강원 지역은 전국, 수도권 평균보다 낮았고 충북도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수도권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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