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친중·탈달러·남미통합' 독자 광폭행보…신경쓰이는 美

입력 2023-05-31 11:22  

룰라, '친중·탈달러·남미통합' 독자 광폭행보…신경쓰이는 美
외교력 과시하며 영향력 강화…역내 세력 규합 구심점 역할도
'美 미운털' 베네수엘라 보듬기…반대 의견엔 "그럴 수 있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한 구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거나 달러 의존 탈피를 주장하며 '1강' 미국과 적당히 대립각을 세우는가 하면 '모래알' 같은 남미 국가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안간힘을 쓰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룰라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남미 12개국 정상회의를 주도하며, 핵심 의제로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UNASUR) 재건을 위시한 지역 통합과 달러 의존도 버리기를 내세웠다.
"대화와 협력 메커니즘을 포기하면 우리는 모두 패배한 것"이라고 운을 뗀 룰라는 2008년 창설 이후 명맥만 유지하던 우나수르를 남미 대표 협의체로 띄우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또 지역 외 통화, 즉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며, 최근 중남미 '탈달러' 움직임에 흠을 실었다. 그는 지난 3월 중국과의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와 브라질 헤알화를 쓰기로 하는 등 위안화 거래 확대의 선봉에 선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 핵심 논의 사항 10가지 중 맨 꼭대기에는 아예 '공통 화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공통 화폐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 협의'를 올려두기도 했다. 룰라는 앞서 취임 전부터 가칭 '수르'(SUR·스페인어로 남쪽이라는 뜻)라는 화폐 명칭까지 밝혔다.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룰라의 구상에 주요 남미 국가 정상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이미 달러 대체를 위한 위안화 사용 방침을 천명했고, 볼리비아와 우루과이 역시 이 추세에 합류할 뜻을 드러냈다.
미국으로선 못마땅할 수밖에 없는 이런 행보는 불과 한 달 전에도 감지됐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200여명에 달하는 경제·사회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우애를 과시하며, 미국 주도의 국제 흐름에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또 비슷한 시기에 브라질을 방문한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도 환담했는데, 이는 모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온 뒤 3주도 안 돼 진행된 만남이어서 '다분히 의도한 일정 아니냐'는 현지 매체 논평도 나왔다.
룰라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챙기기'도 미국으로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전날 브라질과 8년만의 정상회담을 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 정상회의 일원으로 국제 사회 재등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전방위 제재 속에 그간 고립돼 있던 마두로는, 사실상 룰라가 깔아준 판 위에서 이웃 나라 정상들과 반갑게 해후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신 스틸러'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우루과이와 칠레 대통령의 경우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접근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인권 유린과 반정부 인사 탄압"을 가볍게 다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할 의무는 없다"며 "이 회의는 내 친구 그룹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 (베네수엘라) 역시 남미 대륙의 일부"라고 변호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유출된 문서를 인용, "러시아 외무부 관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침략자-피해자 구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룰라의 세계 평화 블록 구성 제안을 지지했다"며 룰라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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