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발사 시도까지 걸릴 시간 두고는 의견 엇갈려…추가제재 가능성에 회의적
서해서 인양한 로켓 부품·경계경보 오발령 소동에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일단 실패로 끝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와 관련해 각국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으로 LMI 컨설팅 정책실무 책임자를 맡고 있는 수 킴은 31일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실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일시적 차질'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의 각오가 이런 최근의 활동으로 중단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동창리 발사장에서 '천리마-1'로 명명한 발사체를 쏘아 올린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2시간 30여분 만에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2차 발사 시도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AP 통신은 "이번 결과는 평양이 오늘의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곧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반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AP통신에 북한 당국이 언급한 '엄중한 결함'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면서 재발사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외국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우주발사체 낙하지점에서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으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인양한 데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비확산연구센터의 조지 윌리엄 부교수는 이 부유물이 실제 로켓의 일부로 보인다면서 구조에 비춰볼 때 북한 우주발사체는 '액체연료 로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원통형 부유물 내부의 둥근 갈색 물체는 연료나 산화제가 들어 있었던 추진체 탱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핵 전문가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AFP에 "기술 전문가들은 인양된 잔해에서 북한의 대형, 다단계 추진체 기술력에 대한 엄청난 식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일대에 경계경보가 잘못 발령되면서 혼란이 벌어진 것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도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소속 정치학자 구민선씨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엄밀히 따져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란 점을 고려할 때 불행한 일이다. 이는 시민의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판다 연구원도 "잘못된 경보는 위기 상황에서 특히 위험할 수 있지만, 평화시에도 공공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 등 상황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절차가 재검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지만, 추가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아오키 나오코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에 서 있어서 현재 유엔 안보리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우주발사체 광명성호를 발사했던) 2016년에는 북한에 새 제재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면서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더 큰 지정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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