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브릭스 참가자 면책특권", 다른편으론 "국제재판소 영장 우선"
외교장관회의서 외연 확장·공동통화 도입 등 논의 전망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다음 달 1∼2일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오는 8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여부가 주목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국 시 체포 가능성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3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에 따르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임박한 케이프타운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와 8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 참가자들에게 외교적 면책특권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남아공에서 열리는 모든 국제회의 참석자에게 적용되는 표준 관행"이라며 "면책특권은 개인이 아니라 회의 자체를 위한 것으로 회의 기간 참가자들이 주최국의 관할권으로부터 보호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푸틴이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입국하더라도 남아공 정부가 그를 체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현지 언론들도 이를 두고 남아공 정부가 푸틴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체포하지 않기 위해 정지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다만, 남아공 외무부는 성명 말미에 "이러한 면책특권이 국제재판소가 회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발부한 영장을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푸틴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8월 남아공을 방문할 경우 ICC 체포영장이 여전히 적용된다는 뜻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ICC 회원국으로서 푸틴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남아공 정부의 깊은 고민이 읽히는 부분이다.
ICC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ICC 설립 규정인 로마규정 당사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남아공 정부는 그동안 관련 사안을 점검한 부처 간 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케이프타운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추가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하루 앞으로 다가온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나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장관 등 5개 회원국 외교 수장들이 참석해 8월 정상회의 의제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가입 의사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회원국을 늘려 브릭스의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브릭스 공동 통화' 도입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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