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감소하는 브렌트유에 저렴한 WTI 반영시 유가 안정에 도움될 듯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기준점으로 사용되는 북해 브렌트유 가격 산정 과정에서 사상 최초로 유럽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 가격이 반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6월부터 브렌트유 가격 산정 과정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브렌트유는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 북해 브렌트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다.
브렌트유의 가격은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가 실시간으로 북유럽 원유 시장의 거래 정보를 추적해 발표한다.
이 가격은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 등 주요 상품거래 시장에서 선물과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의 기반이 된다.
또한 석유 수출국들의 자원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브렌트유 가격이 기준으로 사용된다.
브렌트유 가격에 미국산 원유 가격을 반영키로 한 결정은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수십년간 꾸준히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브렌트유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기준점으로 사용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특히 퇴적암에서 추출하는 셰일 원유를 앞세운 미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린 것도 이 같은 결정의 주요 원인이 됐다.
미국 원유 수출량은 10년 전에는 하루 평균 13만4천 배럴이었지만, 올해는 하루 평균 3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게 됐다.
미국 에너지 업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를 선언한 유럽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WTI가 브렌트유 가격 산정에 사용될 경우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WTI의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가 가격 산정에 사용하는 원유량이 늘어날 경우 공급 이상으로 인한 가격 급변동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입장에서 WTI의 브렌트유 가격 반영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영향력 증대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인 아디 임시로비치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기준점이 될 경우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는 다른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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