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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 민간 소비가 늘어난 덕에 간신히 역성장을 면했다. 한국은행은 2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하다 작년 4분기에 -0.3%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건설 투자도 1.3% 늘고, 정부 소비는 0.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5.0%나 줄었다. 1분기 성장률이 그나마 반등한 것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민간 소비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 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 소비가 1분기 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높였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에 힘입어 가까스로 1분기 역성장을 모면했지만 한국 경제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올해 들어 회복 흐름을 보이던 실물경기가 2분기 들어 다시 위축되고 있다는 경제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4% 감소했는데, 이는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라고 한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1.2% 줄면서 전반적인 생산 위축을 불렀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4월에 2.3% 감소했다. 지난 2~3월 깜짝 강세를 보였던 이 지수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부진은 더 심각하다. 전날 발표된 5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2% 줄어든 522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부진이 전체 수출 부진을 낳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월간 무역수지 적자도 15개월 연속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 분석에서도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추는 역할을 했다. 무역 적자가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더구나 미·중 경제패권 전쟁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여건이 조만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쉽지 않다.
한은은 이날 우리 경제가 1분기를 포함해 올 상반기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 0% 성장률을 벗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소위 '상저하고'라는 성장 전망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 변화 없이는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추면서 "(저성장 문제를) 재정, 통화정책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면서 "우리 경제가 어떻게 잘 되느냐는 사회적 타협을 통한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교역 둔화가 더 악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주도형 성장도 저물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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