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총영사관, NSW주 거주 참전용사 11명 인물사진전 기획
(시드니=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다. 우리는 모두 한국에서 복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싸우러 갈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제임스 리어든 씨(91)는 70년 전을 생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호주 해군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항공모함 시드니호에 탑승해 한국 영해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주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이날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보훈부와 공동으로 호주 시드니의 전쟁 기념관인 안작 메모리얼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호주인 참전용사 11명의 인물사진전을 진행했다.
호주는 6.25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을 결정, 총 1만7천164명이 참전했다. 이 중 340명이 전사하고 1천200여 명이 다쳤다.
시드니 총영사관은 지난해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NSW주에 거주하는 참전용사의 자택을 직접 방문, 인물 사진을 촬영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거주지역과 건강 상태, 본인의 참여 의사 등을 고려해 11명의 참전용사가 선정됐다. 이번 전시회는 당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꾸며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펜서 레이너 시버(91) 참전용사는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곳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 아주 즐거운 모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한국을 북한과 달리 유명하고 번영하게 만들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제77 전투대대에 배치돼 1953년 1월부터 미티어 제트 전투기를 몰며 김포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시버 씨는 7개월간 101번 전투 작전을 수행했으며, 주로 중국과 북한군의 이동을 막기 위해 다리와 철도, 도로를 파괴하거나 수송차량을 공격했다. 한번은 원산에서 작전 중 적군의 군수물자 트럭 100대가량을 발견해 폭파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공군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또 다른 참석자인 셰리든 오브라이언(94)씨는 "한국의 시드니 총영사와 직원들이 지난 수년 동안 우리를 돌봐준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들은 매우 따뜻한 사람들이다"라며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브라이언씨는 해군 병장으로 1953년 한국 영해에서 호주 해군 호위함인 컬고아호에 승선했다. 그는 전역 후 군인을 돕는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했다.
참전용사를 대표해 연설한 레이먼드 버나드(93) 씨는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라며 "한국 정부가 호주 참전용사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참전용사와 그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태우 주시드니 총영사는 "호주의 6.25전쟁 참전은 한호 양국 우호 관계의 튼튼한 토대가 돼왔다"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11명의 참전용사뿐 아니라 6.25전쟁에서 싸운 1만7천164명의 참전용사 모두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을 준비한 윤태호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으며 각 참전용사의 이야기를 들었고, 더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라며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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