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원반과 수평으로 중심부 블랙홀 향해 '거슬러 올라가듯' 뻗어
40년 전 발견 150광년 길이 '수직 필라멘트'보다 짧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 주변에서 5∼10광년 길이의 '짧은' 우주 실 가닥(필라멘트·filament) 구조 수백개가 관측됐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천문학자 파하드 유세프-자데 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전파망원경 '미어캣'(MeerKAT)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은하 중심부의 필라멘트 구조를 새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필라멘트 구조는 실 가닥처럼 가늘고 길게 이어진 가스 발광체로 은하 원반 면과 수평 방향으로 은하 중심을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길이는 5∼10광년으로 이전에 발견된 필라멘트보다는 짧다.
유세프-자데 연구팀은 미어캣 망원경으로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Sagittarius)A*' 주변을 200시간 이상 촬영한 이미지들을 분석했다.
당초 연구팀은 유세프-자데가 40년 전에 확인한 필라멘트 구조를 더 자세히 관찰하려 했다. 기존 필라멘트 구조는 1984년에 발견한 것으로, 약 1천여개가 은하 중심부에 은하면과 수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길이는 150광년 정도다.
하지만 연구팀이 이미지에서 배경을 제거하고 노이즈를 걷어내자 은하면과 수평을 이루며 은하 중심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새로운 필라멘트 구조가 포착됐다.
유세프-자데는 "(당초) 수직 필라멘트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둬왔기 때문에 수평 구조는 아무래도 알아채지 못했다"며 "갑자기 블랙홀 쪽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필라멘트) 구조 개체군을 발견하고서 기절초풍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어캣 망원경이 아니었으면 새로운 수평 필라멘트 구조를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님을 규명하기까지 많은 연구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약 600만년 전 궁수자리 A* 블랙홀에서 분출된 물질이 주변에 있는 별이나 가스 구름과 부딪히며 이 수평 플라멘트 구조가 만들어졌으며 이 때문에 블랙홀 방향을 향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세프-자데는 "블랙홀에서의 유출은 마주치는 모든 물체와 상호작용하고 그 모양을 왜곡시킨다. 모든 것을 같은 방향으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면서 "우리는 이 필라멘트들이 무작위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우리 블랙홀로부터의 유출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한 필라멘트 구조를 더 연구하면 블랙홀의 회전과,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로 형성되는 구조인 강착원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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