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투스크 전 총리 주도…자유 선거 34주년 기념, 바웬사도 참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부에서 첫 자유 선거 34주년에 맞춰 약 50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집회에 수십만명이 참가해 극우 포퓰리즘 정부에 항의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했다.
집회를 주도한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기록적인 숫자인 50만명이 모였다"며 "공산주의가 끝난 뒤 최대 규모 정치 집회다"라고 말했다.
바르샤바시도 집회 참가 인원을 약 5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제1야당인 시민강령당(PO)의 대표인 투스크 전 총리가 소집했지만 다른 야당들도 동참했고, 성전환자 권리 활동가부터 노조 대표까지 다양한 집단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폴란드와 EU 국기를 들고나왔고 대체로 축제 분위기였다.
투스크 전 총리는 연설에서 "우리가 강하고, 30∼40년 전처럼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폴란드, 유럽, 세계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로 재임하고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5년 임기를 마친 뒤 국내 정치로 돌아왔다.
이날 집회는 1989년 6월 부분적이나마 처음으로 치러진 자유 선거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당시 예상을 뒤엎고 자유노조가 압승을 거두며 전후 동구권에서 처음으로 비공산 정권이 탄생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내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폴란드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PiS)과 야당 시민강령당 모두 단독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법과 정의당이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 법안을 내놓자 투스크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2007년 이후 러시아가 끼친 영향력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행동한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공적 자금 및 보안 인가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미국 등에서도 비판 의견을 내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결국 한발 물러나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EU 회원국인 폴란드는 민족주의 성향 보수 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2015년 집권한 이후 법치주의 훼손, 성소수자 권리 제한 등과 관련해 EU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시위에 관해 "서커스 같다"며 "정치권에 오래 있던 늙은 여우들이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선 시민 시위라고 해서 약간 웃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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