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매년 진행한 설문…"정부 관리, '위험 평가' 언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행사가 사라진 가운데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돌연 취소됐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는 전날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면서 정부의 '위험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민의연구소의 로버트 청 소장은 SCMP에 한 정부 관리가 연락을 해왔으며 정부의 위험 평가를 고려해 해당 설문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청 소장은 "관련 정부 부처의 제안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위험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며 정부에 추가 정보를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여론 조사 보고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홍콩민의연구소는 1993년부터 매년 1989년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당시 중국 학생들의 참여와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홍콩인들의 생각을 조사해왔다.
지난해 전화로 진행된 조사에는 1천3명이 참여했으며, 대다수가 당시 중국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답했고 해당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이 바뀌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설문 참여 규모는 전년도보다 훨씬 줄었다.
청 소장은 정부 관리가 연락해 온 후 앞으로 연구소 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일부 여론 조사를 계속할 수 있겠지만 학자들에게나 비공개 참고용으로만 결과를 제공할 수 있고 일부 조사는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 소장은 자신들에게 연락해온 정부 관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홍콩민의연구소를 접촉했느냐는 SCMP의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것은 모든 시민과 단체의 의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위험이 있는 정보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홍콩민의연구소의 결정은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이후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2020년 6월 30일 국가보안법 제정 후 촛불 집회는 사라졌으며, 지난 3일과 4일 홍콩 경찰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5명을 체포하고 27명을 연행했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거나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거나 노란 옷을 입은 사람, 톈안먼 시위를 나타내는 물건을 소지한 자나 구호를 외친 시민들이다.
이에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홍콩에서 사람들이 구금됐다는 보도에 놀랐다"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평화로운 집회에 참여한 누구라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3∼4일 붙잡힌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질의에 "사람들은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모든 사례는 그들의 상황에 따라 다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전날 서명 위조와 소셜미디어에 선동적인 메시지를 올린 혐의로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거나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수감된 이들을 자주 면회한 사람들로 알려졌다고 SCMP는 전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