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접근할수록 파란 하늘이 하얀→노란색으로…"이런 풍경은 처음"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산불 연기가 뒤엎은 미국 북동부 방향으로 가는 길은 마치 노란색 나트륨램프가 켜진 터널 속을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에서 서남부 방향으로 약 200km 떨어진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업무를 마친 뒤 귀가하는 과정에서 목격한 자동차 바깥 풍경은 시시각각 변했다.
이날 오후 필라델피아 외곽 시골에서는 전형적인 미국 동부의 초여름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구름이 적지 않았지만, 틈틈이 파란 하늘이 목격됐다.
그러나 뉴욕 방향으로 운전을 한 뒤 30분 정도 지나 펜실베이니아주(州) 경계를 넘어서자 하늘의 색깔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모그가 낀 것처럼 불투명한 하얀색이 하늘을 뒤덮었다.
이어 20~30분 정도 더 북동쪽으로 운전을 하자 하늘은 하얀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하늘을 뒤엎은 불투명한 물질의 정체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시간은 오후 3시.
서머타임이 시행되는 미국 동부의 일몰 시각이 이날 8시25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머리 위에 떠 있어야 할 태양도 보이지 않았다.
뉴욕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의 색이 짙어지면서 일몰 후 저녁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고속도로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들도 저녁처럼 모두 헤드라이트를 켠 상태였다.
연기 탓에 가시거리가 짧아지면서 고속도로에 설치된 표지판을 알아보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승용차 안으로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타이어가 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로 뚜렷한 냄새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뉴욕에서도 타는 냄새를 맡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가끔 발생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타는 냄새가 아니라, 캐나다 산림이 탄 냄새였다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으로 넘어가는 허드슨강변에 도착했지만, 하늘은 여전히 노란색이었다.
짙은 연무 탓에 평소 강 건너편에서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맨해튼의 마천루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강변에는 일부 시민들이 나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셉(23)씨는 맨해튼 쪽을 가리키면서 "조지 워싱턴 대교와 맨해튼 건물들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면서 "다섯살 때부터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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