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물 잔고 비중 1년 새 8.6%→12.1%…1년 이하 단기물은 줄어
韓 대외신용도·WGBI 편입 기대감 등에 장기투자 성격 자금 유입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초장기물 투자 비중이 급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은 만기가 짧은 한국 채권 위주로 투자해왔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단기물 비중을 줄이고 만기가 20년을 초과하는 초장기물 비중을 확대, 그 비중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 장외채권 전체 잔고는 지난 8일 기준 234조9천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만기가 20년을 초과하는 채권(초장기물)의 잔고는 28조3천812억원으로, 전체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국인 장외채권 전체 잔고에서 초장기물 잔고가 차지했던 비중인 8.6%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만기가 1년 이하인 채권(단기물)이 전체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9.2%(지난해 6월 말 기준)에서 26.0%(지난 8일 기준)로 줄어들었다.
외국인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 채권시장에서 초장기물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2018년 6월 기준 외국인 전체 잔고에서 만기 20년 초과 채권 잔고의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후 외국인은 한국 초장기 채권 잔고 비중을 꾸준히 늘려 지난해 1월에는 6%대로 올라왔고, 같은 해 11월 처음으로 10%를 돌파하며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채권 전문가들은 한국 대외신용도 개선에 따른 유의미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통상 채권을 장기투자 하는 외국인 주체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인데 자신들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한국 장기물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환보유고 투자는 안정적이어야 하는 만큼 한국의 대외신용도 강화가 이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한국의 경기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물가는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어서 원화 채권을 선호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물가가 높을수록 금리는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한국의 WGBI 편입은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9월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수에 편입된 국가들의 전례를 보면 실제 편입이 진행되기 6개월 이전부터 액티브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구성 비율은 대략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공공부문 투자기관 중심의 중장기 성향이 60%, 투자은행·펀드 등 민간 중심의 단기 성향이 4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WGBI 편입에 성공할 경우 해당 지수의 추종 자금 성격상 특히 중장기 성향 투자자의 저변이 다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원화 채권 전체 잔고에서 단기물의 비중은 최근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3월 27.9%에서 4월 27.6%, 5월 27.1%로 차츰 줄다가 6월에는 26.0%로 내려앉았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앞서 단기물 금리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크게 떨어졌다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 이후로 튀어 올랐다"면서 "지금처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거래를 위한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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