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트럼프만 쫓아, 불공정"…스콧 "치우친 사법 체계"
"바이든은 기소 안하나"·"트럼프 사면"·"후보 사퇴해야" 목소리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형사 기소되자 당내 경쟁자들이 득실을 저울질하며 일제히 반응을 내놓는 등 조심스럽고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보다는 법 집행의 형평성을 내세우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공화당 지지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를 직접 공격할 경우 잃을 것이 더 많다는 판단하에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8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연방 법 집행의 무기화는 자유 사회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을 보여준다"며 "우린 수년 동안 정치적 소속에 따라 법이 공정하지 않게 적용되는 것을 목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뒤쫓는 데는 그리도 열심이면서 힐러리나 헌터에 대해선 왜 소극적이었나"라며 "디샌티스 행정부는 법무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정치적 편견을 없애고 (법집행 기관의) 무기화를 완전히 종식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사법 기관이 '정적 잡기'에 몰두해 법을 편향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얼핏 보면 트럼프를 옹호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지만 그는 트럼프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았다.
당장은 트럼프를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으면서 바이든 정부에 화살을 돌리면서 지지층 이탈을 막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지난 3월 트럼프가 첫 형사 기소될 당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를 직접 건드리지 않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9일 "디샌티스의 반응은 트럼프의 법적 논란 속에서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머리를 싸매야 하는 미묘한 균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유일한 흑인 연방 상원의원인 팀 스콧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본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무기화였다"며 "불의를 보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공화당원이나 민주당원이 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그저 미국인이 되어야 하고, 옳은 일을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기소 자체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저울의 척도가 치우쳐진 사법 시스템을 보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사법 체계의 모든 불의와 불순물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사퇴를 촉구했다.
허친슨 전 주지사는 "오늘은 우리나라에 슬픈 날"이라면서도 "트럼프는 무죄 추정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형사적 법적 절차는 커다란 혼란이 될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당국을 존중하고 선거운동을 끝낼 필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에 대한 고의적인 무시에서부터 법치에 대한 경멸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행동으로 우리나라나 공화당을 정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친슨 전 주지사는 지난 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환된 직후에도 그가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한 바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트위터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면서도 "우린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서 뉴스를 얻지 않는다. 발표되면 사실이 뭔지 보자"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나는 2025년 1월 20일(차기 대통령 취임일)에 트럼프를 즉각 사면하고 우리나라의 법치를 회복하겠다"며 사면을 거론했다.
그는 "기소는 모든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집권당이 정치적 반대파를 구속하려고 공권력을 쓰는 (법치가 적용되지 않는) '바나나 공화국'이 될 순 없다. 바이든에 대해선 안 하면서 트럼프를 선택적으로 기소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기밀 문건을 반출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지만, 미 언론은 바이든은 문건 발견 즉시 사법 당국에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한 반면 트럼프는 이를 부인하고 숨겨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펜스 전 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타운홀 미팅에서 "(전직 대통령 기소는) 국가의 분열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라며 "이는 또 끔찍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으로, 법무부가 더 잘 생각해서 기소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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