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단에 총질했다 조사받는 전직 러 사령관 증언
'푸틴의 두 수족' 바그너그룹·국방부 갈등 위험수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러시아 정규군을 납치, 고문하고 무기를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주 온라인에는 자신을 러시아 제72 기동소총여단 전직 사령관이라고 밝힌 로만 베네비틴이 이같이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 게시됐다.
베네비틴은 앞서 지난주 바그너 측 차량에 총을 쏴 바그너 그룹에 체포돼 신문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개인적 적대감 때문에 바그너 차량에 발포했다고 진술했다.
베네비틴은 이번 영상에서 "나, 내 여단과 바그너의 긴장은 우리가 바흐무트 방향으로 이동한 첫날 시작됐다"면서 "이는 (바그너가)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우리를 죽이겠다고 끊임없이 위협하며 자극했을 뿐 아니라 특정 행동에도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 병사들이 바그너에 의해 조직적으로 납치, 학대당했으며 때로는 성폭력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그너가 T-80 전자 2대와 기관총 4자루, 트럭 1대와 기갑전투차량 1대를 훔쳤다고도 덧붙였다.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바그너 그룹과 계약을 체결하라고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베네비틴의 이 같은 폭로는 바그너와 러 정규군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바그너는 지난해부터 바흐무트 공세를 이끌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군의 탄약 지원 부족 등을 거론하며 수시로 군부를 공개 비난해왔다.
프리고진은 지난달에는 푸틴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겨냥해 '인간 말종', '지옥에서 불탈 것' 등의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 다수는 베네비틴이 러시아 정규군 측 강요로 이번 영상 속 진술을 내놨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준비된 대본을 보고 이를 그대로 읽는 것처럼 보였으며 자유롭게 발언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베네비틴은 이 영상에서 바그너가 지금까지 영토 점령 등 성과를 낸 건 정규군, 예비군 등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하는 등 정규군 측에 유리한 발언을 내놨다.
베네비틴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전과를 부풀리려고 정규군을 저평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물에서 "프리고진이 러시아 연방 군대를 불신하며 바그너 그룹을 이 분쟁에서의 유일한 효과적 세력으로 제시하려 시도한다"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베네비틴의 주장에 대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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