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집 팔고 잔금 전 용도변경·멸실해주면 비과세 혜택 사라져
1.7억원 양도세→11억원으로…정부 관행 깬 유권해석에 시장 타격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에 단독주택을 보유한 A씨는 최근 집을 팔려고 세무사와 상담하던 중 양도소득세 산출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수자가 잔금 납부 전에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 요구를 들어주면 양도세가 그냥 팔 때보다 무려 6배나 더 나온다는 것이었다.
A씨는 "최근 주변에 단독주택을 근생(근린생활시설) 상가로 신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별생각 없이 매수자 요구대로 계약을 진행했다가 양도세 폭탄을 맞을 뻔했다"며 "어렵게 나타난 매수자인데 양도세 때문에 계약 조건을 바꾸던지 매도를 보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보유세 부담에 단독주택 팔고 상가·사무실 개조 봇물
지난해 아파트값 하락과 거래 절벽 속에서도 틈새 투자처로 명맥을 유지해온 주택 유형이 있다. 바로 단독·다가구주택이다.
최근 3∼4년간 공시가격 급등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고,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세놓기도 까다로워지자 집을 팔거나,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상가나 소규모 사옥을 지으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남이나 마포·성수 등 소위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주택을 없애고 상가로 개조하는 붐이 일었다.
이때 매도자들은 매수자의 요구에 따라 해당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하거나 멸실 상태에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매수자의 상당수가 대출을 끼는데, 주택보다 토지나 상가일 때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 매수자는 주택 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취득세 중과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1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는 1∼3%의 취득세율(농특세·교육세 제외)이 적용되지만,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자와 법인은 최고 12%의 높은 세율이 중과된다. 하지만 상가나 토지로 취득하면 보유 주택 수와 무관하게 4%(개인)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기 때문에 계약 시점에 매도 대상이 주택이라면 잔금 전에 용도변경이나 멸실을 해줘도 장기보유특별공제나 1가구1주택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신한은행 WM사업부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높은 보유세나 노후주택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집주인들은 직접 신축을 하거나 아예 주택을 팔고 나가길 원했고, 낡은 집을 구입해 신축 개발 후 가치를 높여 되팔거나 상가 또는 사무실로 임대를 놓으려는 투자 수요는 증가하면서 이런 류의 계약이 인기를 끌었다"며 "지난해 단독주택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 매도자, 집 팔 욕심에 용도변경·멸실해주면 '세금 폭탄'
그러나 이제 단독주택 매도자들은 잘못했다간 양도세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지난해 10월 유권해석을 통해 주택 매도 시 양도세 등 세금과 대출의 판단 기준일을 종전 '계약일'에서 '대금을 청산한 날(잔금일)'로 바꿨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계약 당시 주택이면 세금을 부과할 때도 매도자가 주택을 판 것으로 보고 1주택자 비과세 혜택 등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잔금 전에 용도변경을 하면 주택이 아닌 상가를 판 것으로 간주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정부와 국세청은 작년 12월에는 매매특약을 걸고 잔금 청산 전에 주택을 멸실해 토지 상태로 넘기는 경우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잔금 청산 시점에 상가든, 토지든 주택이 아닌 상태로 팔면 무조건 주택 비과세 혜택을 못받게 된 것이다.
연합뉴스가 김종필 세무사에 의뢰해 과거 3억8천만원에 취득한 단독주택을 38억원에 매도할 경우 세금 변화를 살펴본 결과, 1주택자로 10년 이상 거주해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종전 기준으로는 매도자가 1억7천568만원의 양도세를 내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잔금 청산 전에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을 하면 거주 사실이 사라지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30%로 줄어들고, 양도세율(40%→45%)도 높아지며 양도세가 무려 11억779만원으로 증가한다.
종전보다 9억3천211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주택으로 간주됐을 때 양도세의 6.3배 수준이다.
멸실을 해주면 과거 주택 취득가액에서 건물가액이 빠져 양도세 부담이 이보다 더 늘어난다.
매수자가 어렵게 나타났다고 해서 용도변경이나 멸실을 해줬다가는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해당 사실을 미처 모른 채 계약을 하려다가 세금 득실을 따져보고 매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의 관행을 뒤집는 해석이어서 혼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세금 늘고, 대출 못받고…단독주택 거래 시장 타격
이 해석 때문에 현재 단독주택 거래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규제지역에 묶여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강남권의 거래 감소가 두드러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6건, 7월 18건이던 강남구의 단독주택 거래 건수는 작년 10월 관련 예규가 나온 뒤 11월에는 거래가 한 건도 없었고, 12월에는 3건에 불과했다.
올해 3월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가 최저 3%대로 떨어진 뒤로는 5건, 4월에는 6건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서초구의 단독주택도 작년 6월 14건, 7월에는 11건이 팔렸으나, 올해 3, 4월은 각각 7건과 4건으로 감소했다.
올해 3월 이후 강남권을 필두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중개·컨설팅 회사인 원빌딩 김현섭 이사는 "강남에서 근생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면 시세의 7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주택인 상태에서는 대출 가능액이 30% 이하로 크게 줄어들고 매수자는 취득세 중과도 감수해야 한다"며 "단독주택 거래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갑작스레 바뀐 정부의 유권해석이 가뜩이나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의 거래 침체를 가중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출과 취득세 중과 등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고, 최고 12%에 달하는 3주택 이상자와 법인의 취득세 중과세율을 절반으로 완화하기로 했으나 아직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취득세 개편안은 작년 12월 21일 취득분부터 소급 적용될 예정인데, 야당의 미온적인 반응과 최근 세수 부족 여파로 통과 시기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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