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구사 못 하는 中승객 조롱 사건 논란에 새 지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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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중국 본토 출신 승무원의 고용을 늘리고 중국 표준어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중국 본토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승무원 3명을 해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지침이다.
19일 더스탠더드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의 로널드 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다음 달부터 서비스 문화 개선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알리면서 더 많은 중국 본토 출신 승무원을 고용하고 승무원 사이에서 중국 표준어 사용과 다양성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람 CEO는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를 구사하는 승객이 늘어남에 따라 중국 본토에서 승무원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며 우선 본토를 오가는 노선에 푸퉁화 구사 승무원을 증원하고 점차 모든 노선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모든 본토 노선은 8월부터 기내 푸퉁화 안내 방송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람 CEO는 "이번 훈련의 핵심 목표는 우리 승무원의 푸퉁화 구사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모든 승무원이 문화 훈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구사하는 광둥화(캔토니즈)와 영어가 통용된다.
캐세이퍼시픽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21일 한 중국 누리꾼이 중국 청두발 홍콩행 캐세이퍼시픽 여객기에서 벌어진 일을 인터넷에 폭로한 한 데 따른 것이다.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 앞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는 해당 누리꾼은 승무원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본토 승객들에 대해 험담하는 내용을 들었다며 31초 분량의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이 누리꾼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담요(blanket)를 요청하면서 "카펫(carpet)을 달라"고 잘못 말한 승객을 언급하며 "담요라고 말하지 못하면 담요를 못 얻지. 카펫은 바닥에 있잖아"라고 조롱했다.
또 광둥화를 못 알아듣는 승객에 대해 "그들은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들어"라고 놀렸다.
승무원들은 영어와 광둥화로 대화했다.
해당 사건은 중국 매체들에 널리 보도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캐세이퍼시픽의 기업 문화에 대해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인을 존중하지만 본토인들은 깔본다"고 비판했다.
홍콩 정부 관리들도 비판에 가세하자 캐세이퍼시픽은 사건에 관련된 승무원 3명을 해고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홍콩에서는 중국 당국에 의해 푸퉁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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