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대만 농민 요구 수용" 부각…'민진당 고립' 전략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이 대만산 열대과일 번여지(슈가 애플)의 수입을 21개월 만에 재개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20일 "대만산 번여지 수입을 재개한다"며 "모든 세관이 오늘부터 통관 신청을 접수해 검역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산 번여지 수입 재개는 2021년 9월 수입 금지 조처 이후 21개월 만이다.
중국 해관은 검역성 유해 생물이 검출됐다며 2021년 3월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그해 9월에는 대만산 번여지와 롄우(왁스애플)도 금수 품목에 추가했다.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금수 조처에 따라 지난 3월 대만산 번여지 가격이 600g당 15대만달러(약 620원)로 떨어져 중국의 금수 조처 이전보다 80%가량 폭락했다.
이에 따라 한 해 수출량 1만4천t 가운데 90%를 중국에 수출해온 번여지 주산지 대만 타이둥 생산 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과 국민당 소속 라오칭링 타이둥현장 등 대만 야당 인사들과 농민들이 줄곧 중국의 번여지 수입 재개를 요청해왔다"며 이번 금수 해제가 국민당과 대만 민중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임을 부각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한 가족이라는 일념으로 대만 민중을 존중, 사랑해왔다"며 "대만의 관계 당사자들과 협력해 대만 농산물과 수산물의 추가 수입 재개를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당도 이날 "중국의 번여지 수입 재개는 샤 부주석의 건의를 중국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푸젠성에서 개막한 '해협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샤 부주석이 18일 쑹타오 중국 대만 판공실 주임을 만나 번여지 금수 해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쑹 주임은 "국민당과 타이둥현 당국 및 농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국민당은 소개했다.
국민당은 "샤 부주석과 쑹 주임은 양안 교류 촉진과 대만 평화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며 "교류 및 협력 재개, 민생 문제 해결, 관계 개선이 양안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부연했다.
샤 부주석은 쑹 주임 면담에 이어 윈난과 쓰촨을 방문, 대만 기업인들과 만나는 등 중국 방문 일정을 이어갔다.
중국이 번여지 수입을 재개하면서 샤 부주석과 타이둥 현장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대만 야당과 민중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해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집권 민진당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16∼17일 푸젠성에서 열린 이번 해협 포럼에도 국민당 등 야당 인사들과 기업인, 각계 대표 등 5천여명을 초청, 양안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민진당을 견제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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