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학살 주범 카이셰마, 남아공에 정치적 망명 신청

입력 2023-06-21 00:38  

르완다 학살 주범 카이셰마, 남아공에 정치적 망명 신청
이민법 위반·사기 등 54개 혐의로 피소…보석은 포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주범 중 하나인 풀전스 카이셰마(62)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현지 검찰과 그의 변호사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남아공 검찰청(NPA)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신분을 위조해 숨어 지내다 지난달 체포된 카이셰마는 이날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공판에서 보석 신청을 포기하고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카이셰마의 후안 스뮈츠 변호사는 이날 공판이 끝난 뒤 만난 기자들에게 "카이셰마는 1994년 죽음이 두려워 르완다를 떠난 것"이라며 2000년 남아공에 입국하기 전 3개의 아프리카 국가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나이는 남아공 경찰이 체포 당시 밝힌 61세가 아니라 62세"라고 정정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스뮈츠 변호사는 또 남아공 당국이 망명 신청을 검토하는 동안 그에 대한 이민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에 대한 재판 및 범죄인 인도를 보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릭 은타바잘릴라 NPA 대변인은 망명 신청은 카이셰마에 대한 형사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를 르완다로 인도하기 위해 필요한 사법 절차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날 카이셰마에 대한 다음 공판 기일을 8월 18일로 결정함에 따라 범죄인 인도 절차도 최소 2개월 정도 지연될 전망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와인 제조로 유명한 웨스턴케이프주 파를 마을의 포도 농장에서 체포될 당시 '도나티엔 니바슘바'라는 가짜 이름으로 숨어 지내던 그는 이후 NPA로부터 이민법 위반 및 사기 등 총 54개 혐의로 기소됐다.
2001년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가 발부한 그의 체포영장에 따르면 카이셰마는 1994년 4월 15일 르완다의 한 성당에서 남녀노소가 포함된 2천여 명의 투치족 난민 학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2천여 명이 대피한 성당을 불태우라고 지시한 경찰 간부 중 하나로, 계획이 실패하자 불도저로 건물을 밀어 사람들을 죽이고 이틀에 걸쳐 시신을 집단 매장하는 데도 관여했다고 영장은 적시했다.
ICTR은 집단학살, 인도에 반한 죄 등의 혐의로 2001년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2015년 ICTR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은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 수사팀이 인터폴, 남아공 경찰과 함께 지난달 25일 그를 체포했다.
케이프타운 폴스무어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는 궁극적으로는 르완다로 인도돼 집단학살과 인도에 반하는 죄로 재판받을 전망이지만 인도 시점은 미정이다.
카이셰마의 검거로 ICTR에 기소됐으나 아직 체포되지 않은 르완다 대학살 생존 용의자는 3명으로 줄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후투족 출신인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대통령 경호부대가 소수파 투치족을 배후로 지목하고 투치족과 일부 온건파 후투족을 대거 학살해 약 80만 명이 희생됐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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