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팔았다 해제한 계약만 한달새 30%인 이 아파트, 반도체 덕볼까

입력 2023-06-21 09:01   수정 2023-06-21 09:14

[서미숙의 집수다] 팔았다 해제한 계약만 한달새 30%인 이 아파트, 반도체 덕볼까
6천800가구 '용인 남사읍 한숲시티'…반도체산단 수혜단지로 관심 쏠려
교통인프라 부족, 최근 매수세 주춤…화성·평택으로 수요 분산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3월에 팔린 아파트의 30%가 계약 해제된 단지가 있다. 지난 2018년 6월 입주한 용인 처인구 남사읍의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이하 한숲시티)다.
정부가 지난 3월 중순 발표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신규 입지로 용인 남사읍 일대가 선정되면서 '반도체 특수' 기대감에 그 전에 집을 팔았던 매도자들이 대거 계약을 철회한 것이다.
용인 외딴곳에 들어선 초대형 단지가 입주 5년 만에 빛을 볼 수 있을까.



◇ '단일 일반분양 최대 규모' 아파트…올해 초 고점대비 2억원 하락
용인 남사도시개발 사업으로 조성된 한숲시티는 2015년 11월 분양 당시 6천800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주목받았다.
단지 전체가 일반분양분돼 한국기록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일반분양 아파트'로 정식 등재되기도 했다.
시공사인 대림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이 아파트를 2∼3차로 나눠 분양하는 방안과 '원샷'(one shot) 분양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대신 분양가는 3.3㎡당 평균 790만원 선으로 당시 시세보다 싸게 책정했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2억8천만∼2억9천만원 선으로 3억원이 안됐고, 회사 측은 '10년 전 경기도 평균 분양가 수준에 분양한다'고 홍보했다.
시장에선 우려가 컸다. 용인시 내에서도 개발이 더딘 처인구는 서울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였고, 교통여건도 불편했다. 사업지 인근은 생활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매머드급 규모에 아무리 분양가가 싸더라도 투자가치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워낙 대규모인지라 분양에 선방했다고 해도 초기 계약률은 50∼60%선에 그쳤고, 2018년 6월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1년가량 미분양이 남았다.
가격은 안오르고 생활 여건은 떨어지다 보니 당시 '한숨시티'라는 불명예 별칭까지 얻었다.
그렇게 분양가 언저리에 머물던 시세는 2021년 전국적인 집값 폭등기를 따라 상승하기 시작했다.
실거주 주민들의 인기가 높은 5단지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5억원을 돌파했고, 2021년 10월 말 5억5천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그 사이 학교, 도서관, 대형 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도 단지 내에 채워졌다.
그러나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역대급 거래 침체 여파도 벗어나지 못했다.
입주 5년 차를 맞는 올해 2월에는 실거래가가 다시 고점대비 2억원 떨어져 3억5천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발표로 '반전'…3월 거래 10건중 3건이 계약 해제
시세가 또다시 분양가와 마주할 즈음 대형 호재가 터졌다.
지난 3월 정부가 용인 남사읍 일대에 오는 2042년까지 삼성전자 등 민간으로부터 330조원 투자를 받아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남사읍 일대 아파트 단지는 한숲시티와 한숲시티 1블록 격인 75가구 규모의 저층 타운하우스 'e편한세상 용인파크카운티' 뿐이어서 '반도체 특수' 단지로 이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았다.
산단 조성 계획 발표 전 3억4천만∼3억5천만원 선에 거래되던 5단지 전용 84㎡는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호가가 4억원대 중반으로 1억원 이상 오르고 거래도 크게 늘었다.
미리 집을 팔고 아직 잔금을 받지 않은 집주인은 대거 계약을 해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숲시티 110건의 매매계약 가운데 30.9%에 달하는 34건이 계약 해제됐다.
같은 달 한숲시티를 제외한 처인구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143건으로, 이 가운데 5%(7건)만 계약 해제된 것과 비교된다. 2월 계약 건 중 잔금 전이던 5건도 계약이 취소됐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단기간에 가격이 뛰니 3천500만원 이상 배액배상을 해주고도 오른 시세로 다시 팔면 집주인이 득을 보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이런 식의 계약 해제는 없지만 당시엔 호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니 일단 싸게 판 것은 해제한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은 갭투자를 원했다.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주택의 경우 토지지분이 60㎡ 이하면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전세를 낀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전체 가구의 약 90%로, 토지지분이 60㎡ 미만이다.
반도체 후광을 업은 한숲시티는 처인구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대비 5월 기준 처인구 아파트값은 2.23% 올랐다. 같은 기간 용인시 아파트값이 0.44%, 서울 아파트값이 0.38%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 교통·기반시설 부족 여전히 발목…화성·평택으로 관심 분산
그러나 한숲시티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매물은 많은데 매수세는 주춤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5단지 전용 84㎡ 기준 4월 초 4억7천만원을 찍었던 실거래가도 최근 4억3천만원대로 내려왔다.
지난달까지 0.2∼0.3%대였던 주간 아파트값 상승 폭은 이달 들어 0.1%대로 둔화했다.
반도체 특수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20년을 바라보는 장기계획인 데다 여전한 취약한 교통 인프라 등으로 추가 상승 동력을 못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2025년에 화성 동탄으로 연결되는 84번 지방도가 개통되면 화성 동탄까지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은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남사읍이 주춤하는 사이 최근 반도체 특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기반시설이 탄탄한 화성 동탄신도시와 평택 일대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화성과 평택은 기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난 15일 평택 지제역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달하는 '반도체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라인 증설계획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바로 옆으로, 3만3천호의 주택이 공급돼 삼성 반도체의 배후도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화성시 아파트값은 지난달 말 0.09%였던 상승률이 이달 들어 2주 연속 0.22% 뛰며 오름폭이 커졌다. 최근 3주 연속 하락한 평택시 아파트값은 지난주 다시 상승(0.03%) 전환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화성이나 평택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KTX와 GTX 호재도 있고 기반시설이 탄탄한 편이어서 당장 반도체 특수지역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며 "용인 남사읍 일대도 큰 호재임에 분명하지만 산단 조성이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장기적으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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