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규제와 정치에 갇혀 글로벌경쟁서 뒤처지는 韓스타트업

입력 2023-06-21 15:58  

[연합시론] 규제와 정치에 갇혀 글로벌경쟁서 뒤처지는 韓스타트업


(서울=연합뉴스) 글로벌 유니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 10억 달러(1조3천억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미국 CB인사이츠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최근 4년간 세계 유니콘 수가 449개에서 1천209개로 2.7배 증가하는 동안 한국 유니콘은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에서 한국의 비중은 2.2%에서 1.2%로 감소했다. 반면 미국(48.6%→54.2%)과 인도(4.5%→5.8%), 프랑스(1.1%→2.1%)의 유니콘 수 비중은 늘었다. 기업 가치로 따지면 한국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최근 4년간 세계 유니콘 전체의 가치가 1조3천546억 달러에서 3조8천451억 달러로 약 184% 증가하는 동안 한국의 가치는 290억달러에서 325억달러로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 전체 가치에서 한국의 비중이 2.1%에서 0.8%로 급감한 것이다.

한국 유니콘 수는 늘긴 했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스타트업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유니콘이 많은 업종이 세계적으로는 핀테크(21.3%),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18.9%) 순으로 집계된 가운데 한국은 숙박 알선, 부동산 거래, 식품 판매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종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관리·분석, 하드웨어, 사이버보안 분야의 경우 한국은 2019년 이후 단 1개의 유니콘도 배출하지 못했다. 주요 경쟁국들이 첨단 기술 육성에 주력하며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한국의 신성장 산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스타트업의 부진은 각종 규제에 막혀 투자 환경이 갖춰지지 못한 탓이 크다. 업계에선 벤처 투자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꼽고 있다. 한국의 관련법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과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위해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서 외부 자금 조달 비중을 40%로 제한하고 해외 벤처기업 투자 비율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장 또는 유연근무가 필수인 스타트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52시간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들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스타트업의 토양마저 망가트리는 성장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의 필수조건이라며 규제 혁파를 말하면서 여전히 사고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않은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사례에서 보듯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건 정치 논리의 영향도 있다. 정치권이 선거 표를 의식해 기존 사업자와 이익단체 등 기득권 눈치를 보고 개혁을 주저하니 미래성장 엔진이 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글로벌 흐름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 혁파에 뜻을 모으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하루속히 선진화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 경쟁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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