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스미요시카이 간부에 수표 건네…긴자 음식점서 동석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도쿄증권거래소의 최상급 시장인 '프라임'에 상장된 일본 건설업체가 야쿠자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주의를 권고받고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했다.
21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쿄 지역 경찰을 관할하는 합의제 기관인 도쿄도 공안위원회는 폭력단 배제 조례에 근거해 지난 20일 상장업체인 '산에이건축설계'를 상대로 폭력단(야쿠자)에 대한 이익 공여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일본에서는 호텔, 골프장 등 중소 업체가 야쿠자와 거래한 게 드러나 조례에 의한 주의 권고를 받는 경우가 연간 수십건에 달하지만, 상장업체가 이런 주의 권고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권고는 이 회사의 창업자인 고이케 신조 전 사장(55)이 지정폭력단 명단에도 올라 있는 거대 야쿠자 조직인 스미요시카이의 간부(64)에게 189만엔(약 1천730만원)의 수표를 건넨 혐의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시청은 작년 9월 이 업체가 발주한 해체공사의 대금이 야쿠자에 흘러간 것으로 보고 회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고이케 당시 사장은 '일신상의 사정'을 이유로 사임하고 현 사장인 고이케 마나부씨가 취임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함께 혐의가 점차 사실로 확인되면서 도쿄도 공안위원회로부터도 주의 권고를 받자 이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고이케 전 사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경영진을 다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경시청은 고이케 전 사장이 거래 당시 상대방이 야쿠자 간부임을 알고 있었으며 도쿄 번화가 긴자 주변 음식점에서 동석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야쿠자 간부는 지난달 30일 해체공사를 둘러싸고 중개업자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처분보류로 풀려난 상태다.
경찰은 고이케 전 사장을 회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산에이건축설계는 고이케 전 사장이 1993년 창업, 단독주택 분양 사업 등을 해온 업체로 작년 8월 현재 종업원이 1천200명이고 연간 매출은 1천390억엔(약 1조2천7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