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최초 평가액의 갑절 이상 규모…우크라 원조 박차 가해지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국방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의 가치를 실제보다 과다계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8조원어치의 무기를 추가지원할 여력이 생겼다고 미국 CNN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 국방부는 당초 30억 달러(약 3조9천억원) 내외로 알려졌던 회계오류 규모가 실제로는 62억 달러(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오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각종 무기의 가치를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재고품의 현존 가치가 아니라 신품 구매시 드는 비용을 입력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실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2022 회계연도와 2023 회계연도 내내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서 실제 지원된 무기의 가치보다 많은 예산이 사용된 것처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저히 많은 수의 사례에서 장부가액 대신 교체비용을 적는 바람에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미국 재고 장비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면서 "2023 회계연도에는 36억 달러, 2022 회계연도에는 26억 달러가 (과다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회계오류 때문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의 양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싱 대변인은 "이런 오류는 대통령사용권한(PDA)에 따른 지원 규모를 어떤 식으로도 제한하거나 제약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제공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당초 책정된 예산보다 적은 금액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과다계상된 비용만큼 우크라이나에 추가 원조를 제공할 여력이 생긴 셈이라고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CNN은 이로 인해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이전에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 패키지를 통과시켜야 할 필요성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달 CNN에 올해 9월 이전 미 의회에 추가원조를 위한 예산 책정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해 미 정부와 의회 일각에선 자칫 우크라이나 원조를 위한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달 초부터 남부와 동부 전선 일대에서 대대적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예상보다 굳건한 러시아군 방어선에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을 위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15∼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원조 방침을 밝히는 등 무기 지원에 박차를 가해 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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