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은 것과 거짓말은 달라…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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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협정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는 발표 직전까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가 오커스를 망칠(kill)까봐 이를 알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따르면 모리슨 전 총리는 언론인 리처드 커바즈의 '파이브 아이즈(미국 중심의 5개국 기밀정보 공유 동맹)의 비밀 역사'라는 신작 책에서 인터뷰를 통해 오커스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6월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2019년 말부터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호주 기술자들이 여러 번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2019년 호주가 이미 프랑스와 디젤 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365억 달러(약 47조2천억원)의 대규모 계약을 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프랑스산 디젤 잠수함은 필요가 없게 되지만, 모리슨 당시 총리는 약 2년 동안 이 사실을 프랑스에 알리지 않았다.
특히 세 나라 정상은 2021년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나 오커스 결성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며칠 뒤 프랑스를 방문한 모리슨 전 총리는 그때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 잠수함이 "호주의 주권 수호와 전략적 자율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약 석 달 뒤인 그해 9월 오커스가 발표되자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당시에는 아직 구두 합의 단계여서 프랑스가 이를 알게 되면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를 달래기 위해 오커스 협정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오커스 협정을 망치면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오커스 협정을 발표하기 전날에야 마크롱 대통령에게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며 그때도 마크롱 대통령이 하룻밤 사이에 오커스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미국과 프랑스의 긴밀한 관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날이 내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가장 잠을 이루지 못 한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자기 행동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며 "말을 하지 않은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은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당시 행동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는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를 철수시키는 등 두 나라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이후 호주 정권이 교체되고 호주 정부가 프랑스에 5억8천400만 달러(약 7천560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는 개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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