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비 대폭 증액 결정이 자신의 설득에 따른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본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23일 NHK 보도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 강연에서 "일본은 오랫동안 방위예산을 늘려오지 않았지만 내가 히로시마를 포함해 3번 일본 지도자를 만났고 그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도 뭔가 다른 것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고 일본이 방위 예산을 비약적으로 늘렸다"고 설명, 자신이 직접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움직여 성과를 올렸음을 자랑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모임에서도 "나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자세와 방위예산, 그리고 유럽에서의 참여를 바꾸려 해왔고 지금껏 일어나지 않던 일이 실현됐다"고 말해 일본의 정책 결정에 자신이 영향을 미쳤음을 지지자들에게 자랑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23회계연도(2023.4∼2024.3) 방위 예산으로 전년도보다 26% 늘어난 6조8천억엔(약 62조원)을 책정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2027.4∼2028.3)엔 2%로 늘리면서 향후 5년간 방위비로 약 43조엔(약 391조원)을 확보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방위비 증액 재원 법안을 최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시다 내각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위협 등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들면서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 평화주의를 견지해온 일본 안보 정책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방위비 증액으로 증세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판단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다수 여당의 표에 밀려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현 기시다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진의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과 그 발언이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도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일본 자체의 판단이라고 하는 인식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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